▲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20대 총선을 4개월여 남겨둔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함으로써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거물급 정치인이 탈당, 홀로서기에 나서는 사례가 또다시 반복됐다.

많은 추종세력을 거느린 유력정치인의 탈당은 여당이나 야당의 분열로 연결되며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 것을 물론 정치지형도의 대변화로 귀결돼 이후 정국의 중대 변곡점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선거를 앞두고 결행된 거물급 정치인의 탈당사례로 우선 꼽히는 것은 지난 1987년 대선 국면에서 있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탈당 및 평화민주당 창당이다.

DJ는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야권 후보단일화에 실패하자 탈당, 그해 11월12일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DJ는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것은 물론 YS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그다음해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제1 야당의 자리를 거머쥐면서 야권의 주도권을 움켜쥐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런 결과는 2년 후 YS의 '3당 합당'의 한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는 당시 민자당내 민정계였던 이종찬 의원이 탈당, 그해 10월 새한국당을 창당했으나 홀로서기에 실패했다. 당시 이 의원은 결국 그해 12월13일 국민당 정주영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대권의 뜻을 접었다.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새출발하는 과정에 민주계로부터 퇴진요구를 받던 당시 김종필(JP) 대표 최고위원이 탈당, 그해 3월 자유민주연합(약칭 자민련)을 창당했다.

자민련은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과 충남북·강원도지사 선거에 승리한 데 이어 그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50석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도 주요 정치인의 탈당사태는 되풀이 됐다.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는 그해 10월10일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다. 당시 이 후보는 500만여표를 득표하는데 그쳐 3위에 머물렀지만 '보수표의 분열'을 야기해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가져오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 때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 이수성 신상우 조순 이기택 등과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김상현 등 전현직 의원들이 민주국민당(민국당)을 창당했으나 지역구 1명, 비례대표 1명 등 2명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다.

17대 총선(2004년)을 앞둔 2003년에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그해 11월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노 대통령의 공개 지지발언으로 야기된 국회의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해 원내과반을 차지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을 탈당해 정치권에 변화를 몰고 왔다. 당시 손 전 지사는 '선진평화연대'를 만들어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다가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인사들과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으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패배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네 차례나 탈당을 반복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구 민주당을 선도탈당하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고, 대선 국면이던 2007년 '탈노'(탈노무현)를 표방하며 열린우리당을 나와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17대 대선 패배 후인 2009년에는 4·29 재보선 공천 갈등 끝에 탈당, 고향인 전주에서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가 이듬해 복당했다.

올해 초에는 4번째 탈당을 하고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을 목표로 내건 '국민모임'에 합류, 4월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최근 사례로는 천정배 의원의 탈당 및 창당선언이 꼽힌다.

천 의원은 올해 3월 새정치연합을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4월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출마·당선돼 새정치연합에 큰 타격을 줬다. 최근엔 신당 창당을 추진하며 호남 민심을 놓고 새정치연합과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새정치연합을 막 탈당한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고비 때마다 유력 정치인들의 탈당과 신당 도전이 거듭됐지만, 신당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허무한 도전으로 끝난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면서 제1야당의 둥지를 1년9개월만에 걷어차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홀로서기에 나선 안 의원 선택이 어떤 결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특히 야권의 유력한 차기대권주자인 안 의원의 '정치적 도박'이 총선이라는 첫 시험대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대권경쟁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