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정문 폐쇄에 투표함 재개표 놓고 대치
차기 당선자 일주일 넘게 농성

[미디어펜=조항일·이시경 기자]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차기 회장 부정선거의 후유증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장=이해광)이 차기 11대 회장 선거과정에서 투표권 매수와 금품수수 등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 현 회장단과 차기 회장 당선자측간의 선거효력을 둘러싼 마찰과 갈등이 거세지면서 협회업무가 일부 마비상태다.
   
▲ 폐쇄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차기 11대 회장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 회장단과 차기 회장 내정자 간에 알력이 증폭, 협회업무가 파행 일보직전이다./미디어펜
 
10대 회장이자 차기 회장 후보였던 이해광 측은 차기 회장 내정자가 특정 선거구에서 선거권자 회비 대납과 대리 투표, 금품 수수 등 총체적 부정선거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는 증거를 확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투표함을 재검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차기 회장 당선자인 황기현측은 투표함 재검은 현 집행부의 권한 밖으로서 법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한다며 현 집행부의 재검을 막기 위해 투표함이 보전된 협회 지하실에서 일주일 넘게 농성 중이다.
 
현 집행부는 차기 회장당선자가 농성 중인 지하 투표함 보전실을 차단하고 외부 불순세력의 투표함 탈취를 우려, 서울 관악구 청룡동 협회 정문을 폐쇄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현 집행부와 차기 당선자 간 알력으로 지난주부터 협회 업무가 파행적으로 운영 중으로 인터넷 업무처리 외에 정상적인 업무는 마비상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차기 11대 회장 선거는 지난달 25일 전국 지부별 선거구에서 회원 선거권자 직접투표로 치러졌다. 최종 집계 결과, 경기북부지부장인 황기현 후보가 36.6%7785표를 득표해 현 회장인 이해광 후보(34.7%, 7378)1.9%, 407표 차로 따돌렸다.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11대 회장 선거에서 차기 당선 내정자 출신 선거구에서 최고 득표율과 몰표가 쏟아지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촉발됐다.공인중개사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투표결과를 공개한 뒤 황기현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팝업창을 협회 홈페이지에 띄웠다.
 
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다음날인 26일 선거 결과를 공표, 황기현 후보를 11대 회장선거 당선자로 확정 발표했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이 회장측은 의외의 결과에 망연자실했으나, 속속 제보되는 몇몇 선거구에 부정선거의 정황을 포착하기에 이르렀다.
 
이해광 후보자측은 차기 당선자로 내정된 황기현씨가 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경기북부 개표소에서 전국 19개 지부별 최고 투표율이 나온 데다 황후보자에게 '몰표'가 나온데 주목했다.
 
경기북부 선거구의 투표율은 57.1%로서 전국 최고인데다 황기현 후보자의 득표율은 66.4%로 이해광 후보자(23.2%)3배 가까이 압도하면서 황 후보자가 1221표를 득표, 이 후보자(427)를 794표나 앞선 곳이다.
 
경기북부가 차기 회장의 당락을 사실상 결정한 선거구인 셈이었다.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11대 회장선거에서 황기현 후보의 당선을 알렸다.
이 후보자측은 즉각 실태 조사에 착수, 특정 선거구에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는 정황을 토대로 회장선거 후보자의 협의를 거쳐 투표함 재개봉을 통해 공정선거의 사실관계를 확인, 부정선거의 의혹을 해소키로 했다.
 
차기 당선자인 황후보측은 투표함 개봉과정에서 선거결과를 무력화시킬 소지가 높다고 지적, 대외 공권력의 법적 절차에 따라 투표함 개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지난주부터 투표함 사수에 나섰다.
 
부동산중개사의 직능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부정선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년 3월 창립 30년을 맞이하는 협회는 지난 86년 초대 회장을 포함 2~3대 회장이 몇 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
 
출범부터 부정과 비리, 불법에다 집행부의 횡령 등으로 얼룩지면서 지금까지 회장 선거 때마다 이전투구식 감투싸움을 반복해왔고 그 때마다 협회는 파행을 거듭해왔다.
 
이해광 현 회장이 10대 회장으로 당선되기 전만 하더라도 무려 5년간 선거 무효 가처분과 소송, 형사고발, 당선 무효 등의 집안 다툼을 거듭하면서 급기야 난투극이 벌어지는 최악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현 10대 회장인 이해광씨도 협회 사유화로 공인중개사들의 대부로 통하던 이종열 전 회장를 상대로 법정 투쟁하며 지난 2013년 회원 직선제로 당선, 협회장으로 재직 중이나 상대측의 고소로 현재 당선 무효소송에 휘말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