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객관적이라는 생각의 허점을 파고드는 ‘소음 정보’에 불과

   
▲ 조우석 주필
이번 주말 교과서 전쟁 제2라운드에서 또 한 번 요란할 듯

지난 한 달 새 그중 눈에 띄었던 현상은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외국 유력언론 상당수가 한국정부 비판에 동시다발로 합류한 점이다. 지난 달 14일 민중총궐기를 계기로 NYT는 물론 미국의 권위있는 주간지 ‘더 네이션’도 비슷한 논조를 내보냈고, 영국 BBC와 프랑스 ‘르 몽드’ 역시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뉴스를 각각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독재자의 딸(Dictator’s Daughter)이란 표현까지 구사하며 한국의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더 네이션’의 경우 “박근혜 정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독재정권을 연상시킨다”며 조롱했다.

BBC의 논조도 교과서 국정화는 “과거사의 세탁”이라며 한국 내 반대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NYT인데, 일반 기사도 아닌 사설에서 전에 없이 신랄하고 공격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교과서 국정화 결정이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를 복원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 지난 한 달 새 눈에 띄었던 현상은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외국 유력언론 상당수가 한국정부 비판에 동시다발로 합류한 점이다. 지난 달 14일 민중총궐기를 계기로 NYT는 물론 미국의 권위있는 주간지 ‘더 네이션’도 비슷한 논조를 내보냈고, 영국 BBC와 프랑스 ‘르 몽드’ 역시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뉴스를 각각 보도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정부가 나라망신시킨다”며 흥분하는 이들

그게 과연 맞는 소리일까? 국내 좌파들의 선동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는 걸 우리 자신이 더 잘 안다. 이 사설의 마무리 발언은 또 얼마나 터무니 없었던가? “해외에서 한국 평판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으로, 주로 역사를 다시 쓰고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박 대통령의 가혹한 조처들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넌센스에 불과한 이런 비판에 현혹당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일부 네티즌은 “아무래도 외신이 객관적이고 정확하지 않을까? 외국 언론에 비판당하는 한국적 상황이 안타깝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 탓이다.

“박근혜 정부가 나라망신을 시킨다”며 흥분하는 이도 있는데, 이를 침소봉대하는 좌파세력은 “외신도 우리를 지지한다”며 짐짓 고무된 표정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외국언론의 이런 목소리가 이번 주를 기점으로 또 한 번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계기는 국사편찬위원회가 발표하는 편찬 기준이다. 편찬 기준 발표는 빠르면 이번 주말, 늦으면 다음 주초로 예상되는데, 이를 기폭제로 교과서 전쟁 제2라운드로 접어든다. 이때 국내좌파의 반(反)박근혜, 반정부의 여론몰이에 그간의 외신들이 두루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차제에 엄중히 물어봐야 한다.

저들이 왜 저러는 것일까? 저들의 발언이 과연 맞긴 맞는 소리인가? 차제에 세 가지로 짚어볼 참인데 첫째 외국 유수언론의 기본적 속성 자체가 비판적 성향이란 점이다. 일테면 NYT의 매체 성격은 진보좌파 계열로 분류된다. NYT이니까 권위 있는 최종 심판관일 수 있다는 가늠은 잘못일 수도 있고, 자칫 사대주의적 맹목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내 한국통 기자로 유명한 전 NYT 출신의 도널드 커크 기자의 예전 발언도 그걸 확인시켜준다. 커크 기자는 1972년 시카고 트리뷴의 특파원으로 서울을 찾은 이후 NYT나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수많은 기사를 써온 베테랑이다. 그런 그에 따르면, NYT의 매체 성격과 기자들의 성향이 우리의 생각처럼 균형 잡힌 건 아니다.

한때 이 신문의 도쿄 지국의 책임자였던 프렌치 하워드 기자의 경우 한반도 문제를 다루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거의 무비판적이었다. 북한인권 문제에 언급한 적도 없으며, 기회가 날 때마다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바람에 도널드 커크 자신과 사사건건 충돌했다.(2003년 11월24일자 미래한국 인터뷰 ‘뉴욕타임스는 진보좌파 신문’)

NYT뿐인가? ‘더 네이션’이야말로 좌파 매체로 분류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르 몽드’도 중도좌파 내지 진보적 색채를 깔고 있다. 자매지‘디플로마티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게 다행일까? 그럼 사람들이 물을 것이다.

   
▲ BBC의 논조도 교과서 국정화는 “과거사의 세탁”이라며 한국 내 반대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사진=뉴스타파 캡쳐
외국 언론이 한국정부 비판했다고 좋아하는 건 넌센스

진보좌파가 참이고 선이 아닐까? 그쪽이 대세라면 우리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걸 분명히 밝히는 게 이 글을 쓰는 둘째 이유인데, 미국과 유럽에서 좌파-우파란 18세기 말 프랑스대혁명 이후 이념분화의 산물이지만 우린 상황이 사뭇 다르다.

상식이지만 국내 좌파세력만큼 기형적이고 퇴행적 성향을 보이는 이념집단은 지구상에 없다. 민족주의의 포로인 그들은 강력한 친북-종북정서에서 조금도 자유롭지 못하며, 그래서 역사 속의 반동(reactionary) 그룹이다. 실은 진보좌파-보수우파란 구분 자체가 한국상황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외려 반대다.

한국경제 주필 정규재가 “좌파는 깡통이며, 진정한 보수를 진보라 불러 마땅하다”고 단언하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사실 인류의 보편적인 권리(인권, 행복추구권, 재산권)를 존중하고 신장시켜온 건 엄연히 국내 우파가 아니었던가?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주요 언론이 한국정부를 비판했다고 국내 좌파가 좋아라 흥분하는 일이야말로 넌센스일 수 있다. 외신은 속성상 한국 내 특수성을 도외시하거나 자칫 독선으로 줄달음치는 법인데, 그걸 담대하게 지적해 주는 게 지금 우리의 임무가 아닐까?

그 점에서 지난달 20일자 NYT의 한국정부 비판 사설에 대해 가장 먼저 반론을 제기한 부산외대 제임스 매키버 교수의 목소리는 신선했다.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과거사를 세탁하려는 게 아니며, 좌편향된(the leftist version) 현행 교과서가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교과서보다 정확하고 중립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 NYT는 일반 기사도 아닌 사설에서 박근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교과서 국정화 결정이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를 복원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사진=뉴스타파 캡쳐
‘정상추’등 재외(在外) 친북세력의 공작활동도 경계를

이 글의 마무리인데, 이쯤에서 칼럼을 쓰는 세 번째 이유를 밝힌다. 교과서 전쟁 제2라운드에서 국내 좌파의 “외신도 우리 편”이란 제 논에 물대기 식의 목소리가 거듭 들릴 텐데, 이때 저들의 ‘꼼수’를 잘 살펴야 한다. 특히 정상추(정의와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네트워크)등 해외에 서버를 둔 정체불명의 재외(在外) 친북-종북세력의 공작활동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난 2~3년 사이 엉터리 외신을 인용하고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반(反)대한민국의 정보를 유포시키는데 앞장서 온 이들의 활동인데, 일테면 지난해 봄 정상추는 한 포털 사이트에 “외신, 박근혜 정권 지지시위 돈 주고 프락치 고용 보도”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건 악의적이었다. 미국 교민들이 샌프란시스코 한국영사관 앞에서 벌이는 철도노조 지지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돈을 주고 시위 방해꾼을 고용했다고 외신이 폭로했다는 내용인데, 조작에 불과하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야당의 모 중진 의원은 ‘시대착오적 공작이 들통!’이라며 이 글을 열심히 리트윗하기에 바빴다. 어이없게도 이 글은 공신력이 전혀 없는 유령 매체의 보도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매카니즘은 이렇다.

즉 미국에서 활동 중인 반한단체 ‘미시USA’나, 종북인사 노길남이 운용하는 ‘민족통신’등이 정상추 같은 매체를 통해 엉터리 외신을 증폭시키고, 이게 국내 언론에 역유입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범(汎)좌파 네트워크가 작동할 때 NYT 등 유력 해외 언론의 한국정부 비판 분위기에 묻어가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걸 따져보고 걸러내야 스마트한 언론 소비자가 될 수 있다. 국내외 어지러운 언론환경은 그만큼 남다른 경각심을 요구한다.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그 나라의 정치쟁점으로 떠오르는 건 아무리 봐도 한국사회뿐인데, 헤치고 나가야 할 게 너무도 많다는 걸 재삼 확인한다. /조우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