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1450원대 고착화…리스·유류비 달러 비용 직격탄
A321neo·B737-8 도입 확대에도 “승부는 재무 체력” 분석
[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항공업계가 고환율 장기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신기재 도입에 나선다. 업계 특성상 항공사 부터 이용 고객까지 환율 영향이 크다 보니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거론되지만, 반대 급부로 기업 부담도 커지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인천공항에서 착륙 중인 여객기./사진=미디어펜 이용현 기자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에서 출발하며 강달러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 연준의 긴축 장기화 기조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맞물리며 달러 강세가 구조화되는 양상이다.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에서 고착화될 경우 항공사들의 달러 비용 부담은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 민감도는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3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했을 당시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48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했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8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전순이익이 약 4588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리스 의존도가 높은 LCC 역시 환율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각 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진에어는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약 311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제주항공은 5% 상승 시 약 249억 원의 손익 감소가 예상된다. 

여기에 유류비가 통상 영업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과 국제유가가 동시에 오를 경우 수익성 압박은 배가 된다.

뿐만 아니라 환율이 높을 수록 여행객들이 해외 여행을 나가기 꺼려하는 현상도 있다. 달러화가 만국 공통인 만큼 여행 심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LCC들은 기단 현대화를 통해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은 A321neo를 도입해 기단 현대화를 추진 중이며, 제주항공은 최근 B737-8 9호기를 구매 도입하는 등 LCC 가운데 유일하게 구매기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기종들은 기존 대비 연료 효율이 15~20% 개선돼 유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신기재 도입으로 이용 고객 서비스 증대 효과도 꾀한다.

연간 유류비가 3000억 원 규모인 항공사의 경우 10%만 절감해도 약 300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환율 5~10% 변동 시 발생하는 평가손실 규모와 유사한 수준으로 단기적인 방어 수단으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 조달 구조다. 리스의 경우 달러 지급 의무가 장기간 고정돼 있어 환율 상승 시 비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구매기 역시 리스료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초기 대규모 달러 유출이 불가피하다. 

부족한 자금을 외화 차입으로 조달할 경우 외화부채가 늘어나고 환율 상승 시 외화평가손실이 확대되며 부채비율도 악화된다. 즉 신기재 도입은 연료비를 줄여 영업비용을 방어하는 효과는 있지만, 동시에 외화 노출도를 키울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셈이다. 단기 현금흐름 개선 효과와 장기 재무 리스크가 교차하는 구조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LCC들의 재무 여력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항공교통량이 사상 처음 100만 대를 돌파하고 인천공항 이용객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국내 LCC들은 제주항공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고환율 장기화로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정비비 등 달러 결제 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고환율 국면에서 항공사의 진짜 경쟁력은 기재 효율이 아니라 재무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항공기 도입이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주긴 하나 환율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고환율이 상수로 자리 잡을 경우 LCC간 경쟁력은 재무 건전성과 현금흐름 관리에서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달러 매출 비중을 확대해 자연 헤지 효과를 키우고, 외화 차입을 관리하며,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체질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 한 신기재 도입 만으로는 구조적 환율 리스크를 상쇄하기 어렵다”며 “수요 회복만으로는 실적 반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보수적인 부채 관리와 유동성 확보 전략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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