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정부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제재 수위 판단에서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 미국 정치권 움직임과 국제 분쟁 가능성 등 통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
 |
|
|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쿠팡 개인정보 유출 대책 간담회’에서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가 어렵다는 견해를 국회에 보고했다.
전자상거래법 제11조 제2항에 따른 영업정지 조치는 소비자 정보 도용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사업자가 적절한 피해 회복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내려질 수 있다. 현재까지 ‘쿠팡 사태’에 따른 개인정보 도용이나 실제 피해 사례가 확인되지 않아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이는 기존 정부의 강경한 대응과 비교하면 한층 완화된 기조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쿠팡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며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 바 있다. 공정위도 쿠팡의 영업정지 가능성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왔다.
정부 기조 변화 배경으로는 미국 정계에서 커지고 있는 ‘미국 기업 차별’ 목소리가 꼽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 엄포를 놓은 가운데, 미 하원 법사위의 쿠팡 사태 조사가 통상 마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법사위는 오는 23일(현지시간)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소환해 우리 정부의 미국기업 차별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천문학적인 배상금이 걸린 국제투자분쟁(ISDS) 리스크도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내 투자사들이 쿠팡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명확한 근거 없이 고강도 제재를 언급하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ISDS 분쟁 발생 시 배상 규모가 수천억 원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 미국 투자사 5곳은 우리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소송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빌미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날 공정위의 영업정지 관련 언급 뒤 미 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장중 한때 8%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 이슈를 넘어 통상 환경과 규제 판단이 맞물리는 사례로, 향후 글로벌 기업 대상 정책 집행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톤다운’은 미국 정계와 강 대 강으로 대치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출구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