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부터 대기업까지 북미 성과…수출 44.7% 급증
색조 셰이드 확대·성분 강화…사각지대 소비층 흡수
[미디어펜=김견희 기자]K-뷰티가 북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표준을 새롭게 쓰고 있다. 과거 한국인 특유의 밝은 피부를 강조하던 21호 광채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소비자를 고려한 '다양성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해 11월 미국 LA 멜로즈 애비뉴에서 열린 티르티르 팝업 스토어 전경./사진=구다이글로벌 제공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대(對)미 화장품 수출액은 약 1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화장품 수입국 점유율에서도 한국이 20.1%를 기록하며 프랑스(19.4%)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1위 자리를 굳혔다.

하이엔드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를 앞지른 배경에는 '다양성 전략'이 있다. 그간 K-뷰티는 21호 중심의 밝은 색상 스펙트럼에 머물면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이를 개선한 브랜드 전략으로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지형 변화의 선봉에는 국내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있다. 구다이글로벌의 대표 색조 브랜드 티르티르(TirTir)가 대표적이다. 티리티르의 가장 베스트셀러인 '마스크핏 레드 쿠션'은 셰이드를 45종까지 확대하며 '21~23호' 라인업의 고정관념을 깼다. 이를 통해 K-뷰티 사각지대에 머물던 유색 인종 소비자들을 대거 흡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미국 내 핵심 뷰티 소비층 사이에서 한국산 립 제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23.2%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내 뷰티 소비자 4명 중 1명은 한국산 색조를 경험해본 꼴이다. 또 미국 흑인 여성의 27%가 K-뷰티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분에서도 차별화를 두고 있다. 더파운즈의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Anua)는 최근 뉴욕 론칭 행사에서 PDRN(연어 DNA) 기반의 고기능성 라인을 선보였다. 과거 달팽이 점액 등 이색 성분에 의존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서구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코스메틱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K-뷰티=고기능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북미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서울 인 더 시티' 팝업 스토어 행사./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미국 시장에서 인디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브랜드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라네즈는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약 90%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 매출이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북미 세포라 등에서 '2초에 1개씩' 팔리는 립 슬리핑 마스크가 주력 상품으로, 라네즈 특유의 감각적인 제형과 향이 현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분석이다. 

실적 수치도 이를 증명한다. 라네즈의 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액은 약 73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서구권 등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매출 성장 목표를 10% 이상으로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미국 현지의 문화와 다양성을 제품에 투영하기 시작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색조와 고기능성 성분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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