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가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손잡고 최대 5만 대 규모의 로보택시용 차량을 공급한다.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 플랫폼을 제공하는 자율주행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생태계 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8년까지 웨이모에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최대 5만 대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웨이모는 6세대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드라이버리스 기술)을 고도화하며 서비스 도시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고, 현대차는 해당 시스템이 탑재될 전동화 플랫폼 통합과 양산을 맡는다.
이번 협력은 차량 플랫폼은 현대차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운영 시스템은 웨이모가 담당하는 구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역할 기반 협업 모델'이다. 대당 가격이 5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전체 계약 규모는 약 25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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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활용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충전 시연 모습./사진=현대차그룹 |
◆ 제조 역량 앞세운 '자율주행 파운드리' 승부수
현대차-웨이모 협력의 핵심은 분업이다. 자율주행 '두뇌'는 웨이모가 맡고, 현대차는 아이오닉5 기반 하드웨어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한다. 자율주행 경쟁의 중심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로보택시용 차량 플랫폼 공급자로서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최대 5만 대 규모 공급이 현실화될 경우 단일 고객 기준으로도 상당한 생산 물량이다. 웨이모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서비스 확대의 핵심 변수는 차량 확보 능력이다. 현대차는 북미 모빌리티 시장에서 의미 있는 B2B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된다.
웨이모는 최근 약 23조 원 규모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자금력과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서비스 도시를 확대하는 가운데 현대차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기간에 독자 상용화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글로벌 선두 기업과 협업해 시장 진입 속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선택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미국 뉴욕주가 일자리 잠식 우려 등을 이유로 로보택시 허용 법안 추진을 철회하는 등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 문제가 상업화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자체 자회사인 모셔널을 통해 기술 자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웨이모와 같은 선두 기업에는 차량을 공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 수직계열화 한계 속 선택적 동맹…생태계 내 역할 선점 주력
현대차는 이를 '자율주행 파운드리' 전략으로 설명한다. 다양한 자율주행 기업에 차량 플랫폼을 제공하는 생산 거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위탁생산이 일반화된 것처럼 자율주행 시대에도 완성차가 하드웨어 전문 기업으로 위상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모빌리티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모든 기술을 한 기업이 내재화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은 점차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변수도 상존한다. 상용화 속도는 기술력뿐 아니라 정책 환경과 도시별 규제에 좌우된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며 상용 서비스 확대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실증 규모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주행 파운드리 모델이 단기적으로는 매출 가시성을 높일 수 있지만, 알고리즘과 서비스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하드웨어 공급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단순 공급자를 넘어 생태계 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관건은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 안에서 어떤 위상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대차가 전동화 플랫폼과 대량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핵심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 자율주행 경쟁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향후 모빌리티 전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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