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 축소’ 기조에 고질적 인력난 ‘딜레마’
HD현대·삼성중공업 등 AI 용접 로봇·디지털 트윈으로 ‘무인화’
노동 집약적 하청 구조 탈피…테크 기반 ‘스마트 밸류체인’ 체질 개선
[미디어펜=김동하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야드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슈퍼 사이클 진입으로 막대한 일감을 확보하고도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던 상황에 정부의 외국인력 감축 압박까지 더해지자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 HD현대 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산업 고도화를 명분으로 외국인 노동자(E-7, E-9 비자 등) 쿼터 감축 및 도입 요건 강화를 요구했다. 이에 값싼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던 조선업계의 기존 생산 공식이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조선 빅3(HD현대·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AI 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꺼내 들며 산업의 밸류체인을 전환하고 있다.

각 사의 스마트 야드 전환은 현재 2030년 완전 무인화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단계에 진입했다. 조선소의 고질적인 병목 지점은 블록을 이어 붙이는 용접과 도장 공정이다. 가장 힘들고 위험해 내국인이 기피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던 이 자리를 AI 로봇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건조의 핵심인 블록 용접 공정에 AI 비전 기술을 탑재한 용접 로봇 배치를 확대했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일일이 도면을 보고 용접선을 세팅해야 했으나, 이제는 AI가 3D 도면과 실제 블록의 형태를 스스로 스캔하고 최적의 용접 경로를 찾아낸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대폭 끌어올려 스마트 조선소를 완성한다는 세부 로드맵을 확립했다.

한화오션 역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공정별 자동화율을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위험한 고소 작업이나 밀폐 공간 작업에 스마트 기기와 로봇을 우선 투입해 산업재해를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단순한 현장 로봇 도입을 넘어 거대한 조선소 전체의 물류와 공정을 AI가 지휘하는 디지털 트윈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야드 전체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프로젝트 ‘FoS(Future of Shipyard)’를 가동했다. 수십만 개의 부품과 수천 명의 작업자, 크레인의 동선을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작업 대안을 제시하는 시스템을 일부 사업장에 선도적으로 적용했다. 이를 전 계열사로 확대해 불필요한 대기 시간과 동선 낭비를 없앤다는 마스터플랜을 확립했다.

이러한 AI 전환은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와 이해관계자 역학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적으로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던 사외 협력사들이 생산 마비 위기에 처하자 대형 조선사들이 직접 진화에 착수했다.

대형 조선사들은 자사 야드 자동화를 넘어 사외 협력사들에게 스마트 공정 시스템을 지원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협력사의 공정을 자동화시켜 전체 생산 생태계의 붕괴를 사전에 막는 기술적 상생을 강제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야드 전환은 단숨에 완성되지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 감축 기조가 이를 앞당기는 강력한 촉매제가 됐다"며 "2030년 무렵 스마트 생산 생태계를 가장 완벽하게 구축하는 기업이 글로벌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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