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해가 서쪽 산 너머로 기울자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가창오리 떼가 만든 검은 물결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거대한 파동이 하늘을 뒤덮고, 그 흐름은 생명이 뛰는 듯했다. 유기적으로 꿈틀거리며 여기저기서 방향을 바꿨고, 흩어지는가 싶다가도 이내 다시 모였다. 수없이 반복되는 이 움직임에 파도가 일렁이고 때로는 어떤 거대한 유기체가 하늘을 수놓은 듯, 다양한 형상이 그려졌다.

현장을 찾은 한 탐조객은 “가창오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압도적인 장면”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사진작가들은 ‘생명의 파동’을 기록하기 위해 셔터를 수 없이 누른다.

이날 펼쳐진 가창오리의 군무는 천적을 혼란시키기 위한 대표적인 생존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교한 비행술은 어떠한 신호 체계로 작동하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 가창오리는 수면 위에서도 끓임 없이 위치를 바꿔가며 군집을 유지한다. 이는 포식자에게 눈에 띄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전체 무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행동 전략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가창오리는 몸길이 약 40cm 내외의 중형 오리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취약’ 등급으로 분류된 겨울철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실시한 2024~2025년 겨울철 조류 동시 조사 결과, 가창오리는 국내에 월동하는 철새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개체의 90% 이상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주로 영암호, 동림저수지, 군산 일대에서 겨울을 보내며, 번식지로 이동하는 2~3월에는 예당저수지와 삽교호 등 중부 내륙의 저수지에 모여 북상을 준비한다.

최근 전문가들은 가창오리의 이동 경로와 집결지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서식지 환경 변화와 인간 활동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 가창오리가 어디서 어떤 내용으로 공연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사진은 지난 2월 21일 예당저수지에서 가창오리의 군무를 기다리는 연인과 사진작가.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해가 진 후 시작되는 가창오리의 집단 비행은 먹이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며, 하루 중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사진은 작년 삽교호와 금강호에서 촬영 한 가창오리의 군무.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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