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영원’ 허위제출행위로 검찰에 고발
계열회사 범위 파악 충분했지만 지정 회피, 간소화 형식 악용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 목적·근간 훼손 정도 커, 책임 물을 것”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자산 총액의 합계액이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하나인 ‘영원’의 동일인 성기학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2021~2023년 기간 동안 본인·친족(혈족1∼4촌) 회사 43개 사와 임원 회사 39개 사 등 총 82개 사를 누락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역대 최다 소속회사 누락이자 역대 최장기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제외된 사안이다.

   
▲ 2023년 5월 ‘영원’ 소유지분도./자료=공정위


기업집단 ‘영원’은 2009년 ㈜영원무역홀딩스를 주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으로, 늦어도 2021년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어야 했지만 이 같은 누락 행위로 인해 2023년까지 지정에서 제외됐다가 2024년부터 현재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영원’의 대표인 성 회장이 2021~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2021년 69개 사, 2022년 74개 사, 2023년 60개 사 등 총 82개 사(중복 제외)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4항에 따라 매년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 등으로부터 계열회사·친족·임원·계열회사 주주·비영리법인 현황 등의 자료와 감사보고서 등을 제출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성 회장은 2021년~2023년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를 비롯해 딸들이 소유한 회사, 남동생이 소유한 회사, 조카가 소유한 회사 등 각각 69개 사, 74개 사 및 60개 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성 회장은 2022년까지 지주회사 체제 중심의 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스캇노스아시아·와이엠에스에이 등 5개 주력 계열회사만을 소속회사 현황에 포함해 제출해 왔다. 

이에 따라 ‘영원’ 측은 2022년까지는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미치지 못해 공정위가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청했기 때문에 담당 실무자가 동일인에게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전년도 말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자료 제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은 기업집단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일부 항목을 간소화 해 준 것에 불과하며 제출 의무 관련 법적 근거와 허위 제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일반 지정자료와 동일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영원’은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15년 이상 공정위에 지주회사 사업현황을 보고해 오고 있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년 이상 지정자료를 제출해 온 집단이다.

특히 성 회장은 1974년 창업 이래 기업집단 ‘영원’의 동일인이자,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1974~2016년)로 오랜 기간 재직하면서 계열회사 범위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간소화된 지정자료라는 형식을 악용해 계열회사를 누락한 행위는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또한 성 회장은 본인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인 솜톰, 푸드웰을 비롯해 둘째 딸이 경영하는 래이앤코, 셋째 딸의 이케이텍, 피오컨텐츠, 티오엠, 남동생의 트레이드하우스보고, 조카의 푸드웰, 푸르온, 후드원 등이 계열회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던 회사들조차 누락했으며, 심지어 이 중 두 딸들이 소유한 주력 계열회사들과는 거래관계도 존재했다.

이 외에도 친족으로부터 계열회사임을 제출받았음에도 누락했거나, 기존 계열회사의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누락한 회사의 존재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파악하지 않는 등 계열회사 범위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결국 기업집단 ‘영원’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함에 따라 기존 소속회사 5개 사와 누락회사 82개 사 등 모든 소속회사가 2021∼2023년 기간 동안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 공시의무 규정 등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을 일절 받지 않게 됐고, 이 회피 기간 중 성 회장의 둘째 딸 성래은 부회장에 대한 지분 증여 등 경영 승계 과정도 공시되지 않았다. 

2021∼2023년 지정자료에서 성 회장이 누락한 82개 사의 자산 합계액은 총 3조2400억 원으로, 공정위가 동일인의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를 적발한 건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최장기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한 사건으로 평가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그간 자산총액 5조 원 미만 기업집단들의 자료 제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요구하는 간소화된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계열회사를 누락한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인을 고발한 최초 심결”이라며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허위 제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향후 유사한 위법행위 시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제도는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의 근간이며 다른 법령에서도 대기업 판단기준으로 다수 활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지속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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