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주담대 3년새 2.3배 급증, 임대사업자 및 수도권 타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급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년 새 약 2.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총 주담대 잔액이 약 20% 증가한 것에 견줘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의 대출만기 연장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0%로 적용하고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도 강화하는 초강력 카드를 고려 중이다.

   
▲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급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년 새 약 2.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총 주담대 잔액이 약 20% 증가한 것에 견줘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를 비롯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규제지역 및 수도권지역 개인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기존 취급된 주담대를 만기 연장할 경우 신규 대출과 같은 수준으로 'LTV 0%'를 적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을 은행에 전액 상환해야 하는 셈인데, 사실상 레버리지(대출 비중이 큰) 중심의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일수록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기존 대출은 만기 시 관례적으로 자동 연장돼왔다. 임대사업자에 한해 2020년 7월 이전엔 20~50%,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규제지역에 LTV 30%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규제지역·수도권 다주택자의 신규 대출이 원천봉쇄돼 있는 점과 대비된다. 현재 당국은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임대사업자 대상 신규 대출에 LTV 0%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임대사업자는 RTI 규제도 받고 있는데, 당국은 만기 연장 시점에 RTI를 재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임대 수입으로 이자 상환이 충분한 지 판단하는 용도로 쓰인다. 현재 RTI 규제는 규제지역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를 각각 적용하고 있다. 가령 규제지역에서 연간 이자 비용이 1000만원일 경우 임대소득으로 최소 1500만원 이상을 갖춰야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당국의 이 같은 초강력 대응책은 이 대통령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에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양도소득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주었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기가 됐는데도 그들에게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할까요"라고 비판했다.

이어 20일에는 "왜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만 검토하나요. 대출기간 만료 후에 하는 대출연장이나 대환대출은 본질적으로 신규대출과 다르지 않다"며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구입에 가하는 대출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요"라고 밝혔다. 

실제 5대 은행의 1월 말 기준 주거용 임대사업자(개인+법인 포함) 기업대출 잔액은 약 15조 4000억원으로, 이 중 연내 만기도래 대출은 10조 3941억원에 달한다. 이는 임대사업자가 자금 흐름에 큰 문제가 없을 경우 은행들이 1년마다 관행적으로 대출을 연장해준 덕분이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주담대 증가세는 가계대출 증가추이를 훨씬 압도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다주택자(2주택 이상 보유 개인) 주담대 잔액은 1월 말 기준 약 36조 4686억원으로 지난 2023년 1월 말 15조 8565억원 대비 약 2.3배 폭증했다. 이는 5대 은행의 전체 주담대 잔액이 같은 기간 513조원대에서 610조원대로 약 20% 늘어난 것보다 증가 폭이 크다. 전체 주담대 잔액 중 다주택자 주담대 비중은 약 6.0% 수준으로 전해진다.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그동안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는데, 윤석열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23년 초 다주택자 대출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증가세를 보였다. 당시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 등의 여파로 수도권까지 주택시장 침체 우려가 번진 까닭이다. 이에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2022년 말 15조 4202억원, 2023년 말 26조 688억원, 2024년 말 38조 4028억원 등 매년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로 은행들이 다주택자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말 대출잔액은 39조 867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가 금지되면서 해당 주담대 잔액은 36조원대로 돌아섰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까지 전 금융권에 대한 다주택자·임대사업자대출 자료 취합을 요구했으며, 이를 토대로 24일 5대 은행과 상호금융권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3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국이 3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반영할 것이라는 의견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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