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건설현장의 서류 중심의 안전관리 제도를 손본다. 수천 쪽에 달하던 안전관리계획서를 간소화하고 반려 기준을 명확히 하면서, 건설사들의 행정 부담과 착공 지연 리스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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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업계는 국토부가 안전관리계획서를 간소화하고 고위험 공종 기준을 강화한 데 대해 행정 부담을 줄이면서 현장 중심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매뉴얼’을 개정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은 시공자가 착공 전 수립해 발주자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필수 절차로, 현장 운영계획과 공종별 세부 안전관리계획을 담는다. 특히 공공 발주 사업의 경우 계획서 승인 절차가 착공 일정과 직결되는 만큼, 작성과 검토 과정에서의 부담이 업계 전반의 숙제로 지적돼 왔다.
그동안 해당 계획은 제도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착공 승인용 서류로 인식되면서 분량이 과도하게 늘어났고, 작성·검토 과정에서 행정 부담이 누적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계획서가 방대해질수록 현장 실행보다는 형식적 충족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체계 정비와 분량 축소다. 안전관리계획서를 현장 운영계획·비상시 긴급조치계획 등으로 구성된 ‘본편’과 설계도서·구조계산서 등 참고자료 성격의 ‘부록편’으로 구분했다. 중복·유사 내용과 단순 법령 나열 등을 삭제하고 항목별 최대 분량을 제한하면서 평균 4000쪽에 달하던 계획서를 500쪽 수준으로 줄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최대 80쪽 분량의 본편 위주로 관리하고, 설계도서 등은 별도 검토 시 활용하도록 해 실효성을 높였다. 계획서의 ‘양’이 아니라 현장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했다는 점에서 제도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공종에 대한 관리 기준은 오히려 강화됐다. 지난해 6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현장에서 발생한 항타기 전도 사고의 재발 방지 대책이 반영되면서 항타·항발기 관련 세부 기준이 보강됐다. 소규모 건설공사에 대해서도 추락 방호망, 개구부 덮개, 안전 난간대 등 안전시설물 설치 계획을 명문화해 기본 안전조치의 이행 여부를 보다 명확히 관리하도록 했다. 형식적 서류는 줄이되 고위험 영역에 대한 관리 강도는 높이는 구조로, 위험도에 따른 ‘선택과 집중’ 원칙을 적용한 셈이다.
업계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행정 간소화를 넘어 안전 규제 체계를 구조적으로 재설계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형식적 요소를 덜어내는 대신 실질적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안전관리계획의 목적을 ‘제출용 서류’가 아닌 ‘현장 실행’으로 되돌리겠다는 방향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건설 규제가 양적 관리에서 질적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재설계는 행정비용 절감 효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안전관리계획서 작성과 보완 과정에 상당한 인력과 외주 용역 비용이 투입돼 왔고, 계획서 분량이 수천 쪽에 달하면서 내부 검토와 발주자 협의가 장기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반려·보완 요구가 반복되면 착공 승인 일정이 지연되고 이는 금융비용 부담과 공정 차질로 이어졌던 만큼, 반려·부적정 판정 기준이 구체화된 점은 일정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대 사고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실질 위험 관리에 집중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기업 리스크 관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안전관리계획이 방대해지면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개편이 승인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계획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은 줄이고 사고 리스크는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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