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정부정책 맞선 투쟁"…조합원 "임단협 연내 타결이 중요"

[미디어펜=김태우기자]'임단협으로는 노동개악 못 막는다. 현대차가 결단해야 총파업 가능하다'. '가자 총파업, 총파업이 노동개악 막아낸다'

'노동개악 저지'를 내세운 민주노총 총파업이 시작된 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는 빨간색 글씨로 파업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고 대형 스피커에는 하염없이 노동가만 계속 울려퍼졌다.

   
▲ '노동개악 저지'를 내세운 민주노총 총파업이 시작된 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는 빨간색 글씨로 파업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고 대형 스피커에는 하염없이 노동가만 계속 울려퍼졌다./미디어펜DB

현대차 노조의 전체 조합원이 참여한 정치파업은 지난 2008년 쇠고기 수입 반대 파업 이후 7년 만이다. 그 사이 정치파업이 2차례 있었지만 간부만 동참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1조 근무자의 2시간 파업이 시작되자 1∼5공장 조합원들은 행진대열을 갖춰 본관 앞 잔디밭으로 모여들었다.

한창 차량 생산에 바빠야 할 근로자들이 빠져나간 공장조립라인엔 차체를 옮기는 컨베이어와 기계음이 멈춰 고요함을 넘어 적막함이 엄습했다.

대부분 불이 꺼져 어두운 공장에는 일부 관리자들만 라인을 점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생산라인은 1·2조의 파업과 2조의 잔업 거부까지 총 5시간 10분간 멈춘다.

이날 파업은 임단협과 전혀 무관했지만 집회는 '2015년 임단협 연내 타결을 위한 조합원 보고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조합원 2000여 명(경찰추산)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집회가 시작됐다.

'강력한 집행력, 현장탄압 박살, 대등한 노사관계, 4만8000조합원 힘으로 연내 타결 쟁취'라는 글귀가 적힌 단상에 오른 박유기 위원장은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맞서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투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정치파업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어 "비정규직을 미래에 물려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박 위원장은 "노동법과 시행령 개악을 막아내고 희망찬 새해를 만들자"고 말했다. "현대차 임단협 연내 타결을 이뤄내겠다"고도 했다.

30여 분의 자체 집회 후 간부와 대의원, 일부 조합원들은 곧바로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태화강 둔치에서 개최하는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한 조합원은 "집행부가 투쟁을 결의해 집회에 참가했으며, 노동개악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단협 연내 타결에 대한 집행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전 집행부의 간부는 "정치파업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조합원들의 염원은 임단협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새 위원장 선거에서 합리 노선의 전임 집행부를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2006년에도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12차례의 정치파업을 포함해 40차례 이상 파업한 강성파로 분류된다.

이번 민노총 정치파업 동참도 박 위원장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합리 노선의 전 집행부는 2차례 정치파업을 모두 간부 참여로 대체해 생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