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수출입은행 대립각, RG발급 향방은?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SPP조선 채권단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과 관련해 다시 의견을 모은다. 채권단의 RG 미발급으로 8척의 유조선 수주를 눈앞에서 날린 SPP조선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 SPP 사천조선소 모습. /사진=미디어펜 DB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주 초 우리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서울보증보험 등 SPP조선 채권단은 SPP조선의 선박 신규수주와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여상규 의원의 중재 하에 경남 사천 SPP조선소에서 열린 SPP조선 기업 정상화 긴급 간담회의 후속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진기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본부장과 김성철 수출입은행 기업개선단장, 강병태 한국무역보험공사 부사장 등 주 채권은행 임원진과 단희수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 과장이 참석했다.

여상규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PP조선을 영속기업으로 유지하기 위해 채권단에게 ‘SPP조선의 계속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신규수주에 대해서는 이를 승인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의 입장차로 합의 서명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우리은행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 자율협약에서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에서 탈퇴하는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이어 성동조선해양에 주 관리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자금지원을 한 것처럼 우리은행도 주 관리은행으로서 책임지고 SPP조선에 단독으로 RG발급을 하라고 요구했다.

우리은행은 공동분담의 조건으로 RG발급은 가능해도 단독으로의 발급은 불가하다고 입장을 분명히 하며 간담회는 성과 없이 끝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음주 초 채권단이 SPP조선의 RG발급과 관련된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며 “골자는 SPP조선의 이익나는 선박에 대해 신규수주를 허용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8척의 유조선을 주문하려던 선주는 RG발급을 기다리다 SPP조선을 떠났다. 8척의 유조선은 은행에서 지정한 회계법인의 사전 손익검토 결과 수익이 나는 것으로 판명났지만 채권단은 RG발급을 부결했다.

SPP조선 근로자위원회는 채권단들이 RG발급을 거부한 합리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고 서로 책임전가만 거듭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SPP조선 근로자 350명은 지난17일 서울로 상경해 채권단에 RG 발급 결의서를 촉구하는 항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신인석 SPP조선 근로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간담회를 통해 채권단간 불신과 대립의 골이 깊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이 SPP조선 RG발급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채권단간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근로자 가족 만여 명 굶어죽게 생겼고 지역상인들은 망하게 생겼다”면서 “수만 명의 생계를 위협한 채권단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