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회 시원한 여름의 맛, 춘천 막국수

대학생들의 영원한 MT 장소인 강촌, 연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여행지인 남이섬, 청춘과 낭만이 기다리는 이곳은 춘천이다. 그런데 춘천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음식은 다름 아닌 막국수이다. 원래 막국수란 메밀로 만든 국수를 의미하는데 왜 막국수라고 불러지게 되었을까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막국수란 이름에 얽힌 궁금증을 시작으로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춘천시 최초로 막국수 팔던 곳, 방씨(方氏)막국수


'금시로 날을 받아서 대례를 치렀다.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 보러 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이마시며…'


김유정의 소설 '산골나그네'에 등장하는 1930년대 춘천의 한 마을 풍경이다. 하지만 국수를 먹는 내용이 소설 속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1990년 9월 춘천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을 맞아 1930년대에 춘천초등학교를 다녔던 동창생들이 모여 기억을 되살려 당시 춘천의 시가지 약도를 그렸다. 약도에는 지금의 춘천시 요선동 소양고개길에 '방씨(方氏)막국수'라는 상호가 표시되어 있다. 막국수 음식점의 최초로 볼 수 있으나, 형태는 지금과 다르게 뜨거운 장국물이나 시원한 김칫국물에 말아먹던 것이 막국수였다.


메밀국수가 '막국수'가 된 사연은


막국수는 메밀로 만든 면에 양념장과 동치미 육수 따위를 넣어 비벼 먹는 형태인데, 국수 앞의 '막' 자를 붙인 연유는 무엇일까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없기 때문에 끈기가 부족해서 면을 만들면 뚝뚝 끊어진다. 게다가 국수를 말아놓으면 금방 불어버리니까 만들자마자 먹어야 했다. '막(금방) 만든 국수를 막(바로) 먹는다', 이처럼 막국수의 어원은 메밀의 성질에서 출발되었으며, 메밀에 전분을 섞는 냉면이나 밀가루를 섞는 일본의 소바와는 엄연히 다른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그렇다면 왜 춘천 막국수인가


옛날 춘천 산간 지역에 살던 화전민들의 생계를 이어주던 작물은 메밀이었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 잘 자라고 또 빨리 자랐기 때문에 일 년 중 많게는 2~3번까지도 수확이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메밀을 이용한 음식은 그들의 식생활에서 주(主)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68년에 시행된 화전정리법으로 이주하게 된 화전민들, 그리고 1960~70년대에 댐(춘천댐, 의암댐, 소양강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지역의 주민들까지 모두 대거 춘천의 도심 안으로 이주하면서 생계 해결을 위해 막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이후 1980~90년대에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막국수는 춘천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춘천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무더위를 이기는 지혜, 춘천 막국수


춘천 도심 외곽의 농촌에서는 여름 수확철을 맞아 밭에서는 감자를, 산에서는 산양삼을 캔다. 농번기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무더운 날씨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친다. 이럴 때 사람들이 찾는 여름철 별미는 다름 아닌 막국수다.

직접 국수틀에 누른 면을 육수(동치미 국물과 닭을 곤 물을 섞은 육수)에 말아 먹거나 메밀로 묵을 쑤어 시원한 김칫국물에 후루룩 들이마신다.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의 소박한 멋과 추억이 있는 곳, 춘천의 삽다리 마을과 솔바우 마을의 건강한 여름 나기 현장을 찾아가 본다. 아울러 메밀로 만드는 별미, 메밀전병(총떡), 메밀부침, 김치메밀범벅, 메밀싹무침 등도 이 지역 사람들의 사연과 함께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