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에 대한 보도가 위험수위
이번 선거에서도 누가 대형 오보를 내는가 하고 주시하고 있었다. 월간중앙이 YS의 차남 김현철씨의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후보의 출산 의혹 등을 보도했다. 김현철씨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의 부소장을 지냈으니 더욱 그럴 듯하게 들렸을 법하다.

월간중앙의 ‘박근혜 후보 출산설’이 대형오보인지 해프닝성 오보인지 아직은 두고 볼 일이지만 다행히 월간중앙이 신속하게 사과하는 바람에 대형오보로 번지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언론들의 대선 후보에 대한 보도가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언론이 정치에 휘둘리거나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하면서 그 신뢰가 끝없이 추락해왔다. 특히 선거 무렵에 이르면 언론의 편향성이 극에 이르렀다. 작금의 언론 보도를 보면 파국을 향하여 질주하는 폭주열차처럼 아슬하기 그지 없다.

언론 보도를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시대와 후 시대로 나눌 수 있다. 인터넷 등장 이후 포털, 카페가 생기고,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언론사만이 뉴스를 발신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도 뉴스와 의견을 발신하고, 최소한 뉴스와 정보를 퍼 나르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미확인 선정적 뉴스’가 일단 보도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게 된다. 뉴스 피해자는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당하고 만다. 뉴스 피해자가 개인 발신이라고 하여 무시하여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으면 진실로 되고 마는, 정말 무서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언론사가 미확인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개인도 소문만으로 떠도는 것을 함부로 전파하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월간중앙처럼 신속하게 사과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차선책은 언론사간의 감시와 검증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언론사는 타사의 특종성 보도를 무책임하게 인용 보도하거나 자사의 특종인양 보도하는 관행을 벗어나 적극 검증하여 믿을 만한 보도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사실 미확인 선정적 보도들의 경우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보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데도, 기존의 평판이 높은 언론사가 보도하고, 높은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한 말이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반쯤은 믿어버린다. 그러다가 타른 언론사들도 덩달아 확인 없이 인용보도를 하면 ‘소문’과 ‘미확인 보도’가 ‘사실’로 굳어져 버린다.

우리가 훌륭한 대통령을 뽑는 것은 국민의 성숙된 판단력에 달려 있다. 언론사들의 선정적 보도를 건전한 상식으로 걸러내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막 파수꾼이라고 믿는다.

지난 주 서울 금천구청이 주관하는 금천시민대학에 참석한 적이 있다. 마지막 토크콘서트에 백낙청, 김종인 두 교수가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여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토크콘서트임에도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한 열기에 놀라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참석자들의 성실한 경청 태도와 높은 수준의 질문이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대학생이 김종인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질문의 내용에 마음에 들면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말했다. 공손하면서도 조리 있는 말솜씨, 무엇보다 열려 있는 젊은 유권자의 마음 자세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다음 대통령을 뽑기 위한 치열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각 언론사들은 ‘미확인 선정적 보도’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지 말고, 자유민주주의의 한 구성 요소로서 부여 받은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진정으로 바란다.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