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정치하려는 사람 당에 발 못붙이게 해야
새누리당에 공천헌금이란 악재가 불거져 나왔다. 현재로서는 당사자들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진상규명이 먼저다. 진상규명이 이뤄지기 전에 처벌부터 논하는 것은 차분하지 못하다. 우리는 무슨 큰 사건이 터지면 다짜고짜로 처벌부터 하려고 들고 희생양을 찾으려는 감정적 대응을 한다. 그렇게 했다가 몇 년 지나고 나면 슬그머니 사면복권이란 특혜를 줘 다시 정치에 복귀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처벌과 사과보다는 이번 기회에 돈으로 정치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예 당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돈과 관련해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들은 일절 정치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라도 그걸 시행해 보길 바란다. 사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면복권도 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

진실이 밝혀지면 관련자들에 대해 법의 엄한 심판이 내려지겠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지금까지 어느 당도 돈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을 했건만 불법 정치자금 사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잘 알다시피 부패에 관한 한 여당과 야당, 가릴 것 없이, 또 전현직 대통령의 친인척에서 끊임없이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선진국을 향해 나가겠다는 나라의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은 오랫동안 불안정하고 억압을 받은 환경 속에 살아온 탓인지 상류층에 있는 사람일수록 마지막엔 돈밖에 기댈 게 없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강한 듯하다.

정치인들은 돈에 대해 항상 갈증을 느끼고, 돈 있는 사람들은 이를 알고 돈을 갖다 주고 ‘보험’을 들려고 하는 것 같다. 국가에서 선거자금을 다 대주는 데도 왜 돈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정치인들은 그냥 주는 것이라고 해서 돈을 받지만 나중에 그게 ‘빚’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땐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상득, 최시중 양씨의 사건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세상에 공돈이란 없다. 정치인들은 돈하고는 멀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몇 푼 받아서 별 여유 있게 쓰지도 못하면서 불안할 바엔 청렴하게 지내는 게 당당하고 속도 편하다.

요즘엔 지도층의 공인 의식도 많이 쇠퇴하여 공무원들의 비리가 이전보다 더 심해지고 예산 관련 심사위원으로 들어간 학자나 전문가들의 연루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과 명예심은 약해지고 그 자리에 배금주의가 파고들어 온 것이다. 이와 같은 비리사건을 보는 일반 시민들의 분노는 사회지도층에 대한 전반적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2013년 체제’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과 정부가 막중한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내년 이후에는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질적 변화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 말로 여겨진다.

한국은 기적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일궈냈고, 민주화도 세계로부터 인정 받을 만큼 발전했다. 그러나 투명성과 인권, 정직성, 진정성 있는 의사소통과 합리적 의사결정, 민주적 조직 운영 등 우리의 내면 세계와, 사회와 조직 문화 면에서 일대 진보가 이뤄져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변화되지 않으면 우리가 바라는 공정하고 강한 선진국의 지위를 달성할 수 없고 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경제민주화’도 이룩할 수 없다.

국민들은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쇄신하는 공약들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