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듣기에 좋은 미사여구만 늘어놓는 안철수, 대통령으로 무리
미디어 정치 시대가 열리면서 공약이 점차 ‘미사여구’화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는 ‘미사여구’의 경연장으로 착각될 정도다. 미디어 선거는 선거 캠프에도 변화를 줘 언론인 출신들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지금은 홍보전문가들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점잖은 연세에 거리에서 춤을 추고 격파 시범을 보이게 할 수 없으리라.

안철수씨의 행보는 미디어 선거의 진화를 보여준다. 민주통합당의 미디어 전략이 단발성 광고 카피와 경선 이벤트와 같은 묵은 버전인데 비해 TV출연, 토크 콘서트, 책 등을 통한 안철수의 수법은 높은 인기도에서 그 효과를 입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완벽한 미디어 연출은 되레 ‘저 사람이 과연 저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 속에 밀치고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인은 미사여구에 미혹되기도 잘 하지만, 평가는 지독하리만치 가혹하다. 덜덜 볶아대는 언론과 화부터 내고 보는 국민기질은 대통령을 ‘일벌레’로 만드는 긍정 효과도 있지만 뽑을 때 잘 뽑아야 하는데 미사여구에 쉽게 넘어가는 측면도 있다.

정치에서 미사여구는 다수에게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론은 거의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귀가 즐거운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걸 해본 경험도 없는 사람이 해보겠다고 한다.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이 정치를 하고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교수가 외교관을 할 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세상 직업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게 ‘정치’가 아닐까 여겨진다. ‘사업’보다 ‘정치’가 훨씬 어렵다.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고객과 노조는 물론이고, 경쟁회사, 거래처, 관청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 때문인데, 정치는 이해관계자들이 훨씬 많다. 하물며 대통령의 자리는 전 국민이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글로벌 시대라고 하여 유로존 위기, 영토 문제 등 세계 정치과 경제 문제를 국내 현안처럼 다뤄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매일 진땀 나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최소한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해본 사람이 해야 한다. 국가 기관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바깥에서 보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처음부터 프로가 해도 잘 못하고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한다.

어떤 직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그 직업과 관련해 아무리 많은 지식을 섭렵했다고 해도 그것은 그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입문 지식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 일을 해보고, 여러 가지 난관을 통하여 고민도 하고 극복해 가면서 차츰 익숙해진다. 책에서 안 지식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구나’ 하고 느낄 때 비로소 초보 꼬리를 겨우 떼는 것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공부하지만 오랜 인턴 생활을 거치고서야 정식 의사가 되는 이치와 같다.

안철수씨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무리다. 본인을 위해서도 큰 일 날 일이라고 생각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안철수씨의 ‘미사여구’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가 연습해보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아직 투표일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 뽑아놓고 후회하지 말고 냉정한 판단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