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관 의구심 품는 언론과 국민의 물음에 명확히 답해야 할 때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변명하는 박원순…세월호 천막보다 못한 태극기?

“나는 박원순 시장이 종북세력의 거두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 말을 광화문 광장에서 소리 높여 외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정법에 따르면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일 수 있기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부르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 바 있는 박원순 시장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존중받아 마땅한) ‘표현의 자유’에 불과할 것이다.

최근 태극기 게양대의 광화문광장 영구설치를 둘러싸고 국가관에 대한 갑론을박에 휩싸인 박원순 시장은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부류가 아니다. 박원순은 일개 지자체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의 수장이다. 헌법에 규정된 국무회의 국무위원이기도 하다. 서울시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수호하면서, 서울 도시경영에 힘써 서울시민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 박원순 시장이 자신이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을 두고 보훈처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태극기 설치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밝혀 세간의 화제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항구적으로 광화문 광장에 뭔가 설치하는 건 조심해야 하며 한시적으로 설치하거나 이동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며 “태극기 설치 기간과 태극기 높이를 협의 중이었는데 (자신이) 반대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건 명예훼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시장의 이러한 변명은 자신의 국가관에 의구심을 품는 언론과 국민 다수에 대한 항변으로 들린다.

박 시장에게 묻는다. 서울시는 국무조정실의 중재 권고 후에도, 광화문광장 태극기 영구게양을 거부했다. 서울시가 밝힌 공식적인 입장은 “광화문광장 옆 시민열린마당에서는 태극기의 한시적 설치만 가능”, “영구적 설치는 정부 서울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같은 국가 소유 시설 부지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태극기 높이는 고사하고 태극기 설치 기간에 대해 협의가 아니라 이미 한시적 설치라고 입장을 밝힌 서울시,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박 시장의 언변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보지 않는가.

   
▲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국기 게양대의 영구설치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 이를 결정한 서울시 산하 시민위원회의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거세다. 박 시장과 그가 임명한 시민위원회는 태극기 영구설치를 거부한 이유를 “권위적이다” “전제주의적 냄새가 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시청 앞에 걸려 있는 태극기./사진=미디어펜

태극기 게양대의 영구적 설치 거부를 결정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는 총 9명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중 6명이 태극기 게양대의 영구적 설치를 한사코 반대했다고 알려진다. 이들은 반대 이유에 대해 “권위적이다” “전제주의적 냄새가 난다”고 밝혔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피땀흘려 금메달을 딸 때마다 온 국민을 눈물 날 정도로 뿌듯하게 만든 태극기를 ‘전제주의적’이라고 표현한 시민위원회 일동은 어떤 사람들일까.

시민위원회 일동 9명 중 6인은 박원순 측의 사람으로 꼽힌다. 서울시 행정국장 1인, 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인, 시민단체 3인이 그들이다. 시민단체 측 위원 3인은 기독여민회, 흥사단, 여성환경연대 소속의 인사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이들은 각각 ①소외된 자들의 해방(?)을 위한다는 민중신학, ②국정교과서 저지, 문창극 비판, 국정원 정치개입 주장, ③4대강 반대, 케이블카 설치 반대, 12.5민중총궐기 지지 등의 의사를 밝힌 단체의 인사들이다.

결국 서울시는 보훈처의 연이은 협의와 국무조정실의 중재 권고에도 시민위원회의 결의를 들어 광화문광장의 태극기 게양대 영구적 설치를 거부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시민 불편을 초래한 세월호 천막은 그대로 두고 공간을 훨씬 덜 차지하는 태극기 게양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응답자 87%가 찬성했다는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 여론조사 결과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광화문 광장을 둘러싼 박 시장의 이중적인 잣대를 고려하면 태극기 보다 세월호 천막을 더욱 귀히 여긴다고 보이기 마련이다.

박원순 시장에 고한다. 일각에서 품고 있는 당신 국가관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민위원회 뒤에 숨지 말고 본인의 의사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반대한 적 없다는 방어적인 변명이 아니라, 태극기에 대한 태도와 헌법가치를 수호하려는 마음가짐을 명확히 밝히라. 태극기 게양이 권위적이고 전제주의적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던 시민위원회와 박원순 시장 자신의 생각이 다르다고 선을 긋지 않는 한, 박 시장에게 달린 의구심의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박 시장 본인이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은 “항구적으로 광화문 광장에 뭔가 설치하는 건 조심해야 하며 한시적으로 설치하거나 이동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