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빼놓고선 업계 논할 수 없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 한해 정유업계를 뒤흔들었던 이슈는 단연 ‘국제유가 하락’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해 정제시설을 거쳐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업계의 입장에서는 국제유가와의 연관성을 빼놓고서는 업계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유업계는 고유가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쳐 석유제품의 수요가 급감해 실적부진을 겪은 반면, 올해는 저유가 효과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큰 폭의 이익을 거뒀다.

OPEC 원유 감산 합의 실패...국제유가 하락의 원인

   
▲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기구(OPCE)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YTN 사이언스 방송화면 캡처

국제유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기구(OPEC)의 원유 감산 합의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OPEC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원유 생산량을 현재 생산량 수준인 하루 3150만 배럴의 쿼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결론지으면서 회원국간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회의를 마쳤다.

원유 감산이 불발되면서 이날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9.97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또한, 유가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세계경제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현재 OPEC의 최대 관심사는 적정 유가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페이스를 유지해 석유시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꼬집으며 내년 유가가 배럴 당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유가에 경기도엔 1200원대 주유소 등장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이달 중순 경기도에선 휘발유를 리터당 1200원대에 판매하는 주유소가 등장하기도 했다.

휘발유 리터당 1200원대 주유소가 등장한 것은 지난 2월 이후로 10개월 만이다. 경유 가격도 11개월만에 100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WTI는 37.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생산량이 통제되지 않고 있어 국제 유가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기름값 하락에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4사, 저유가에도 1년만에 실적반등 성공

그동안 저유가는 석유제품의 가격하락과 정제마진의 악화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정유업계에서는 악재로 치부됐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예상을 뒤엎고 저유가가 정유업계의 호재로 작용한 것. 유가하락으로 석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업계가 1년 만에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조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정유4사의 총 1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셈이다.

정유사들이 저유가에도 이처럼 성과를 거둔 데에는 저유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도화설비 비율을 높이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늘리는 등 체질개선 작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저유가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늘어나 이에 따른 정제마진이 회복되면서 지난해 영업적자를 만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또한 고도화설비 비율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늘린 것 또한 저유가 상황에 맞선 전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