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리소그래피(lithography)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저장소자 전극 재료를 만드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문준혁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레이저를 활용한 리소그래피 기술로 고분자 패턴을 제작하고, 이를 고온에서 탄화하는 방법으로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띤 카본(carbon) 소재 합성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카본은 리튬이온 배터리 등 에너지 저장소자에 전극으로 쓰이는 재료다. 종전에는 주로 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카본 소재를 제작했지만, 이 방법은 반도체 공정과는 다른 방식이어서 제조공정상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미세 고분자 패턴을 공기 대신 용액과 접촉하게 하는 방식으로 표면 에너지를 낮춰 3차원 패턴이 단단히 유지되는 카본 소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에너지 저장소자의 성능을 향상시켜 배터리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고, '웨어러블'(wearable) 장치 등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는 전자기기 제작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문 교수는 "에너지 저장소자에 적용되는 기존 카본 소재는 주로 화학적 방법으로 제조됐지만 이번 연구는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공정을 통한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정밀한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므로 초소형·초박형 장치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