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들을 살펴 보면?
대통령의 명시적 자격을 들라고 하면 강한 리더십, 정치와 경제, 국방과 외교를 중심으로 한 폭넓고 깊은 지식과 경험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이 사람은 대통령감이라고 느끼고 실제로 투자 현장에서 표를 찍는 대통령 자격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유권자들은 명시적 자격만으로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역대 대통령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대통령을 할 만한 ‘값’혹은 ‘통과 시련’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보면 갖은 고초를 겪고 목숨까지 위협을 받는 담금질을 당했다. 노무현과 이명박 대통령도 앞선 대통령들보다는 강도가 낮았지만 국가가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시련을 극복하였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시련과 숙성의 담금질을 거쳐야만 국민들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하고 표를 던져주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여야 대통령 후보들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 후보가 단연 곡절 많고 시련으로 점철돼 있다. 부모가 다 총탄을 맞아 숨지고 가족 관계도 순탄치 않다. 정치 역정 또한 많은 질곡을 통과하여 마침내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손학규, 김문수 후보가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섰고 서로 당을 옮겨서 난관을 이겨냈거나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다음으로는 총리에 낙마한 김태호 후보,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에 가려 공적인 시련은 없었지만 입지전적인 삶의 행로에선 문재인, 김두관 후보가 눈길이 간다.

이에 반해 유력한 대선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안철수 교수는 여야 어떤 후보들보다 순탄한 인생 경로를 밟아왔다. 의사 아버지 아래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본 적이 없고 머리가 좋아 일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 다만 벤처 기업 성공자라는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임은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다른 후보에 비하면 ‘귀공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안철수 교수를 좋아하는 것은 고생 별로 안 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TV에서도 인기가 높은 ‘스타’ 같은 인물을 닮고 싶은 심리도 적잖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여간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여러 차례 고생해본 대통령감을 좋아하는 것 같기 때문에 이번 대선 경선이나 본선에서 떨어진 여야 후보들 중에서 열심히 하고 진정성을 보인 사람이 역시 다음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예측된다.

이번에 떨어진 여당 후보들 중에는 김태호 후보가 아주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후보들은 현재 진행중이므로 성급하게 말하긴 뭐하지만 ‘적지’에서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역력한 손학규 후보의 노력에 눈길이 모아진다.

세계에서 가장 투표 잘하는 국민이 한국 유권자들이 아닌가 하고 선거 때마다 느낀다. 한국인만큼 압축적으로 ‘지옥에서 천당까지’ 온갖 시련을 겪고 살아왔고 지금도 위기를 벗 삼아 끈기와 신바람의 양 날개로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