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외쳤지만 다양성 없는 상황 연출…검인정 집필진의 '갑질' 난상
   
▲ 홍수연 한국자유연합 사무총장

교과서 발행, 이대로 과연 괜찮은가?

교과서 시장이 거대한 이유는 참고서와 문제집 발행을 함께 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이번 발제를 통해 그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참고서나 문제집 가격을 갖고 시비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 싸다 비싸다 소리 한번 없이 부르는 것이 값이다.

그래도 과거 도서 정가제를 실시하기 전에는 간혹 30~40% 싸게 파는 할인 서점이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어서 그나마 저렴하게 구입을 하였으나 도서 정가제가 생기고 부터는 꼼짝 못하고 그대로 제 값을 주거나 인터넷에서 할인하는 금액(10%) 정도로 사는 것이다. 비싸다는 이유로 안 살 수 없는 것이 참고서이다.

일반 서점은 요즘 같은 경우 찾아보기 힘들게 된 상황이다. 온라인 서점이 생긴 이유도 있지만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서점은 점점 사향 사업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늘 호황을 누리는 서점이 바로 참고서 할인 서점이다. 그러한 서점의 경우 문제집과 참고서 외에 책은 판매하지 않는다. 설혹 판매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학교 과제나 수행평가로 나오는 서적인 경우이다.

학교 선정 도서가 아닌 것은 할인 서점에는 비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서점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그러한 현상만 보더라도 문제집 시장의 규모는 절대적이다. 또 참고서의 질적인 수준도 높은 편이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아도 우리나라처럼 훌륭한 참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간략한 교과서 보조 책이 있으나 우리나라 참고서처럼 교과서를 심층 분석하고 다른 자료를 읽지 않아도 웬만한 내용은 요약정리 발췌하여 실어놓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고전의 내용을 요약을 한다든지 사전에서 찾아야 할 생소한 단어들을 해석을 해놓는다든지 등등으로 준지식백과 사전에 가까운 참고서이다. 사실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의 경우 참고서만 잘 읽어도 과외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구성의 알참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참고서 시장의 규모가 큰 것도 탓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높은 교육열을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참고서 시장에서 몇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 검인정교과서의 현실 속 한계는 명확하다. 일부에 대해서는 국정교과서가 현실적인 돌파구지만 나머지 과목에 대해서는 그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제는 무늬만 시장 경제로 하고 결국 나누어 먹는 식이 아닌 소비자에게 진정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교과서로 거듭 나야 한다./사진=미디어펜

첫째 다양성의 문제이다. 과거와 현재는 참고서를 소비하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 예전에 국어는 국정 교과서였다. 이 경우 국정교과서 하나에 10여종의 다양한 해석의 참고서가 출간되었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이러한 참고서 중에 어느 참고서가 가장 구성이 잘 되어있고 내용이 알찬지를 보고 참고서를 선택했으나 지금은 학교의 선택에 의해 참고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도 존재한다. 문학 작품의 경우 그 작품의 해석에 다양성이 없으며 출판사가 의도한대로 해석을 해야만 하는 획일화된 작품 해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또 검인정으로 좌편향 내용이 교과서에서 삭제될 경우 참고서에서 그 좌편향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의 행태라고 보는가? 다양화 교육을 외치지만 결코 다양하지 않는 현실이다.

둘째 교사들의 근무 태만이 숨어 있다. 7차 교육 과정의 경우 무슨 이유에서인지 거의 매년 교과서가 바뀌었다. 아무튼 이렇게 자주 작품이 바뀌고 교과서가 바뀌고 있다면 교사들은 잠 잘 시간도 없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교과서가 수정이 될 때마다 연구 자료나 수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업무로 밤을 샌다면 모르지만 수업 준비로는 밤을 샐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출판사에서 내려주는 교사용 사이트 때문이다. 그 사이트는 일반 학생이나 학부모는 절대 접속할 수 없게 되어있다. 교직의 교사들만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다음은 사이트 모습이다.

   
 

이러한 사이트에 접속을 하면 다음과 같은 교사용 자료들을 받는다.

   
 

이러한 학습 자료는 내용 그대로 학교 프린트 위에 덮어쓰기 하여 학교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배포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그것은 성의 있는 교사들의 행태이다. 그나마 그러한 성의도 없이 사이트에 있는 문제를 시험문제로 출제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생각해 볼 또 하나의 문제는 일선 학교 선생이라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간접적 시험 부정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통 교사의 경우 학부모일 것이고 자기 아이들에게 이러한 사이트 접속을 통한 문제집 제공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위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초등부터 중등 고등이 전부 한 사이트에 교사용 로그인만 이루어진다면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용도 비교적 자세하고 크게 편집하지 않아도 활용할 자료들이 많다. 물론 일부 교사들 중에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는 성실한 교사들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서비스 제공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사들은 얼마나 될까?

셋째 이러한 발행 구조가 시장 경제의 장점인 올바른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 교과서 + 참고서 + 문제집을 몇 개의 출판사가 과점을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과거 국정화 교과서일 때는 한권의 교과서에 다수의 다양한 출판사들의 도전이 있었고 발전이 없거나 노력하지 않는 출판사는 도태되었으며 신생 출판사가 진출할 기회가 많았었는데 지금의 구조는 이제 참고서 시장에 새로운 도전 세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한샘 출판사의 경우 국어 과목 최상위 출판사였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비상출판사가 급부상 하게 된 것은 한샘 출판사 편집 구성의 허점을 파고 들면서였다. 학원용 교재로 제본 수준의 낙후한 출판이었고 영업도 영업 사원이 동네 학원 하나하나를 찾아가 발품으로 영업을 한 복사집 수준에서 시작한 출판사가 불과 몇 년 사이 국어 과목에서 당연 선두주자가 되고 다른 과목도 출판하면서 교과서까지 만들게 되는 엄청난 기업으로 컸다. 그러한 성장은 바로 선의의 경쟁과 열려 있는 시장 구조에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경쟁 구조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무슨 수로 문제집 시장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어차피 소비 시장은 교과서 출판사들이 잡고 있는 것이다. 또 수능용 교재도 EBS 교재가 잡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은 없어질 것이다. 과연 경쟁이 없어져 평등한 세상이 왔는가? 참고서 출판사 시장이 이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불과 몇 개의 출판사가 독과점 해버린 상황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영원한 갑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지식 정보가 발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특성상 모든 교육이 초중고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것을 본다면 참고서와 문제집의 상황은 단순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넷째 교과서의 질적인 면을 믿을 수 있는가? 무엇이든 교과서적이다. 교과서이다 하는 것은 복잡한 현실보다 진리에 대해 간단 명확한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한마디로 모든 가치 척도에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교과서가 종종 틀리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특히 일선 교사조차도 헷갈리기 쉬운 영어지문 같은 경우 잘못된 문장구조나 표현이 심심치 않게 지적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검인정 과정에 대해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라에서 하는지 다른 기관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하는지 등등도 알 수가 없다. 그 많은 교과서를 일일이 읽어보았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

   
▲ 선의의 경쟁과 열려 있는 경쟁 구조는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역사 부문의 국정교과서가 나오더라도 나머지 과목의 검인정교과서 체제는 그대로다. 기존 검인정 체제에 대한 명확한 비판과 개선이 요구된다./사진=미디어펜

위에 지적해본 문제들을 살펴보며 대안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교과서와 참고서 출판을 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검인정이니 정하는 것이 맞고 참고서나 문제집 출판사는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 시장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검인정 교과서 체제에서 다양성을 외치지만 결국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훑어보면 결코 다양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고 오히려 소수 계층이 영원한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본다.

더구나 비슷비슷한 저자들이 교과서도 만들고 참고서도 만들면서 자신들이 꿈꾸는 가치나 철학을 교과서에 싣고 안 되면 참고서에 싣는 이런 상황을 이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교과서를 충실히 만들어 출판사끼리 경쟁을 하여한다. 무늬만 시장 경제로 하고 결국 나누어 먹는 식이 아닌 소비자에게 진정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교과서로 거듭 나야 한다.

둘째는 교과서 검인정 과정을 투명하고 폭넓고 정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몇 명이 앉아서 해결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배심원처럼 교과서 검정위원단을 구성하든지 아니면 성실한 교육 시민 단체들을 참가시켜 깊이 있고 정확하고 충분한 교과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수연 한국자유연합 사무총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현안해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