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미디어펜=편집국]지난 15일 고등법원 재판부는 이재현 CJ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아도 될 법리적 명분은 있지만, 재벌총수란 특별히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므로 건상상태가 안 좋아도 실형을 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리적으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조세포탈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이 오로지 조세 포탈을 목적으로 차명 주식을 보유한 것이 아니었으며, 이 대부분을 정리했고 포탈세액·가산세까지 모두 납부를 했지만 재벌그룹 총수이기에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결국 이 회장의 경우 죄질이 나쁘지 않고 중환 중이어서 일반인이었다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재벌총수라는 이유 때문에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인에게 일반인보다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경우 자칫하면 기업가 정신이 소멸된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극한의 경쟁 세계에서 생존을 담보로 경영판단을 하는 기업인에게 공직자 등과 동일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 대한민국에는 민간기업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탄생하지 못한 중국 IT 대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기업 경영은 협객이 되는 것과 다르더라”, “오늘은 잔혹하다. 내일은 더욱 잔혹하다. 모래는 매우 행복하다. 단 절대다수의 기업은 내일 밤에 죽는다” 등의 어록을 통해 기업경영이 갖는 특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는 IT글로벌 기업이 중국에서 탄생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마윈은 최소한 자신있게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왜 필요한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CEO 중 그 어느 누가 이처럼 당당하게 기업경영이 갖는 특성(어려움)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인가? 말 한번 잘못하면 '괘씸죄'에 걸리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하고, 경영판단을 잘못해서 배임죄로 기소되는 것은 아닌가 항상 걱정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가의 현실이다.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정부기관, 정치인, 사법부 모두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심지어 인사권을 쥐고 있음에도 근로자의 눈치를 봐야하며, 사업발주권을 갖고 있음에도 갑 질 한다는 눈총과 법제도 때문에 항상 하청업체의 눈치도 봐야 한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졌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이날 열린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한마디로 대한민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어찌보면 대한민국에서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활성화 내지 경제살리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원래부터 어려운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기업의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으면 사법부가 유책여부를 묻지 않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리적으로 확립한 바 있다. 설령 경영자가 위법행위를 하였더라도 법원은 일단 회사경영을 고려하여 불구속재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일단 배임죄라는 추상적 규범과 특경가법을 적용해 일단 기업총수들을 구속해 재판한다. 이 밖에도 해당 회사의 경영과 주주, 근로자, 가족 등 모두도 총수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경제적 악재들이 널리 퍼져있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사업재편을 목숨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면 설사 성공한 사업재편이 되더라도 또 누군가는 구속재판을 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 고등법원 판결은 외형상으로는 이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CJ 주주, 근로자, 가족, 그리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물은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진정 대한민국이 원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