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계급론’ 언론 도배…이대로라면 심판 역풍 맞을수도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남의 집 이혼 소식에 옆집이 엉뚱하게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결별하니 새누리당이 “180석 얻을 수 있다”며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황당함이 그렇다는 얘기다.

옆집 부부가 이혼했다고 신이 나서 잔치할 준비를 하는 집이 있다면 동네 사람들은 아마도 “저 집이 지금 제 정신인가” 하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혼이 비정상” 주인공은 지금의 새누리당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새누리당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새정치연합이 문재인당과 안철수당으로 갈리면 새누리당이 필승하리라는 아주 단순한 계산 때문인 듯 싶다. 적어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치고받고 하면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년 총선이 끝까지 3자 구도로 치러진다고 누가 보증수표를 발행해주기라도 했나. 야당은 그냥 앉아서 당하는 바보인줄 아나.

‘2016 병신년’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새누리당이 헛배가 부르고 샴페인에 취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징후들은 너무나 많다. 당 대표가 공공연한 자리에 가서 180석 운운하는 것이 그렇다. 김무성 대표는 최근 새누리당이 내는 잡지 창간 기념식에 가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권이 분열하지 않고 단결된 상태로 가면 선거는 무조건 이긴다” 또 있다. “그 분열이 우리(새누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일은 없다” “20대 총선에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180석을 얻어야 하고, 이는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자신만만해 했단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민심은 항상 오만한 정당을 심판해왔다. 2012년 총선은 어땠나. 야당이 질래야 질수 없는 선거라는 예측을 깨고 민심은 오만한 야당을 심판했다. 여당에 대한 단순한 반사이익을 지지로 착각한 야당이 한명숙 체제로 친노 패권을 강화한 반면,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당명도 바꾸고 쇄신에 나섰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과 원유철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박찾기 게임’에 날 새는 새누리당 민심의 조롱은 안 보이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여야의 모습은 어떤가.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은 쇄신을 위한 첫 발자국을 뗐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철수 의원이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외치며 신당 창당에 나섰다. 친노 주류는 야권 분열이라고 떠들지만 과거 친노 패권을 심판했던 민심의 한 켠에선 창조적 파괴라고 여긴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나.

비록 아직은 신기루 같은 지지라고 해도 친노 기득권에 맞서 안 의원이 어떤 모습, 실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 지지세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친노 패권을 고수하는 문 대표가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고 야권 재편에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의 분열이 야권의 몰락처럼 보이지만 창조적 혁신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2012년 총선 전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보였던 성공적인 변신이 야권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은 어떤가. 야당이 분열한다고 당 대표가 나서서 180석 운운하고 있다. 험지는 당신이 가라고 손가락질하고 내가 출마하는 곳이 험지라고 주장한다. 계파 한쪽은 험지 출마를 자기네 계파 인사 꽂아넣기 전략공천 방법으로 이용하려고, 다른 한쪽은 청와대 고위직을 지냈고, 당신이 명망가니 연고도 없는 곳에 가 출마하라고 등을 떠민다.

국민 눈에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이 과연 어떻게 비춰질지 생각이나 해봤나. 신문이며 종편이 새누리당에 관해 하루종일 떠드는 것이라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이 누구냐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마디라도 하면 신문은 받아쓰기 바쁘고 종편 만담가들이 떠들어대며 포털이 대문에 건다. 요즘 새누리당 소스 언론 기사는 온통 ‘진박 찾기’다. 새누리당은 무슨 진박찾기 게임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야권 혁신은 시작됐는데 역풍 만드는 어리석은 새누리당

새누리당 진박 마케팅이 요란하더니 급기야 대구지역에선 친박 계급론까지 언론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과의 친밀도에 따라 인도 신분제에 비유해 ‘진박(眞朴)-중박(中朴)-망박(望朴)-비박(非朴)’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TK지역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은 명함까지 돌리고 ‘진실한 사람’ 마케팅에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한다. 기가 막히도록 한심한 얘기다.

야당은 분열 속에서도 친노 패권 정치 청산이라는 정치혁신 문제와 관련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소식이란 게 고작해야 진박 마케팅 열풍이다. 이런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민심이 그냥 비켜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의 새누리당 180석론, 진박 마케팅 열풍은 단지 영남지역이나 일부 사람들의 만용에서 끝나지 않는다. 역풍이 되어 태풍으로 크게 번져 덮치게 돼 있다.

언론을 보면 새누리당의 미래를 알 수 있다. 큰 지진이 나기 전엔 동물들이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처럼 자연이 꼭 이상 징후를 알린다. 지금 언론에 등장하는 새누리당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바로 그 이상 징후다. 그 어떤 개혁적인 모습도 찾을 수 없고, 절박함도 찾아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진박 타령가나 크게 울려퍼지고 마치 내년 총선에서 벌써 이기기라도 한 듯 김칫국이나 들이키고 있는 정당을 그래도 끝까지 꿋꿋하게 표를 줄 국민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분열 시작이 새누리당의 위기의 시작이라는 점을 빨리 자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야당 자멸에 반사이익만을 누렸던 허약한 체질 개선을 위해 새누리당도 혁신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진박 타령가는 그만 꺼야 한다. 험지 출마론으로 서로의 등이나 떠미는 기사가 언론을 도배하도록 언제까지나 넋을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 내년 총선 결과가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게 악몽이 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