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등 쟁점현안 미타결…내년 불씨로 남겨

[미디어펜=김태우기자]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연내 타결 가능성을 높이면서 현대차와 함께 울산 경제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심한의견 대립에도 연내타결 실패라는 파국을 면하고자 한 노사의 공감대형성이 막바지 집중교성으로 연결됐고 이견을 좁힐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 현대자동차 노사는 24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단협에서 마라톤 협상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미디어펜DB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 불안한 내년 경제상황도 잠정 합의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쟁점인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확대안은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내 년 과제로 넘기면서 또 다른 노사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집행부 교체로…협상만 장장 6개월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6월 2일부터 장장 6개월가량 지루하게 이어갔다. 단협 52개에 별도요구안 13개, 임금 요구안까지 올해 요구안은 60여 개에 달했다.

노조 요구안은 조합 내부에서조차 '여전히 백화점식, 나열식 요구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많고 복잡했다.

무거운 안건도 적지 않아 교섭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통상임금 안건의 경우 지난해 임협 과정에서 6차례 파업을 불러온 핵심 이슈였지만 올해 노사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라 노사 간 신경전을 고조시켰다.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맞춰 현대기아차그룹 차원에서 전 사업장에 도입하기로 한 임금피크제 역시 갑작스러운 협상 쟁점으로 급부상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임금피크제는 단협 안건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심사여서 노사 모두 부담이 컸다.

노조는 교섭 중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대표들과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회견을 여는 등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또 올 임단협 과정에서 여름휴가와 추석 직전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3차례나 파업했다. 파업 후 위원장 임기 2년이 만료되자 노조가 새 집행부 선거를 진행하기 위해 교섭을 중단하기도 했다.

새 위원장에 강성 노선의 박유기 전 위원장이 당선돼 교섭 중단 3개월여 만인 12월 15일 다시 상견례를 열고 임단협이 재개됐다.

회사 측이 2개 집행부와 연이어 교섭을 벌이는 드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새 위원장이 연내 타결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재상견례 다음 날 곧바로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저지 정치파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사 모두 연내 타결이라는 목표를 향해 머리를 맞대고 매일 집중교섭을 벌인 끝에 막판 절충점을 찾아냈다.

■어김없는 연례행사식 파업…정치성을 띠기도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이 여의치 않자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9월 23∼25일까지 3차례 부분파업을 벌여 2012년 이후 4년 연속 파업 기록을 세웠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는 6차례 2∼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역 경제계는 올해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 신흥국 경제 위기로 인한 판매 감소, 수입차의 내수시장 잠식 등 위기에 처한 경영 상황을 감안, 노조에 파업만은 자제해주길 바랐지만 물거품이 됐다.

특히 박유기 위원장이 이끄는 강성의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에는 12월 16일 하루 계획된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정치파업에도 참여했다.

노조 새 집행부가 회사 측과 중단된 교섭을 이어가는 재상견례를 한 다음 날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정치파업에 나서면서 노사 신뢰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2006년 위원장 재임 당시 12차례의 정치파업을 포함해 모두 40차례 이상 파업을 벌인 강성파다.

회사는 올해 노조의 사흘 연속 임단협 파업에 차량 1만800여대, 2천230억원, 하루 정치파업에 2천215대, 457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임금피크제·통상임금확대안 미타결…내년 불씨 남아
현대차 노사가 연내 타결 가능성을 높이자 침체한 지역경제계와 자동차 협력업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 임단협에서 깔끔하게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쟁점 임금피크제과 통상임금 확대안이 향후 노사관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가장 민감한 현안을 내년 차기 과제나 노사협상 안건으로 제쳐둔 셈이어서 노사의 부담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 두 안건은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강성이어서 내년 협상도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 노조집행부의 한 간부는 "내년에는 임금피크제 협상 문제가 노사관계를 어렵게 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 발씩 양보하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올해 울산 수출이 작년보다 2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은 지역경제에 어려움을 더 할 뿐이다"면서 "현대차 노사가 앞으로도 지역경제를 위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