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국민과 함께 가는 파트너십…바른언론연대가 파수꾼 역할 할 것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은 심각하다. 공영 혹은 국민 소유의 언론까지 공정보도를 외면하고 특정 정파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미디어 영역에서는 뉴스배치 기능을 통해 정치집단화된 포털이 뉴스 전달 기능을 장악하면서 여타의 언론사들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기도 했다. 이에 언론사 내부로부터의 자성과 성찰로 언론 현실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최근 일어났다.

지난 1일 전현직 언론인 및 언론학자들이 주축이 된 바른언론연대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선동언론의 악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사실 실종의 시대에 바른언론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포부에서다. 미디어펜은 바른언론의 지표를 살펴보고 향후 언론 자정 방향을 전하고자 하는 취지로, 바른언론연대 공동대표인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및 운영위원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의 대담을 나누었다. 미디어펜은 이들과의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래 인터뷰는 첫 번째 연재다. [편집자주]

 

최창섭 교수 “사실 실종의 시대…팩트체킹, 미디어철학 정립 필요” [상]

- 현재의 대한민국 미디어는 제 방향을 올바로 잡아 나가고 있는 것인지요. 바른언론이라 하면 어떤 역할을 자임해야 할런지요?

바른 언론은 바로 현실 상황에 대한 철저한 사회감시기능 ‘Social Surveillance’ 실현여부를 점검하는 파수꾼(media watch)역할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스스로 개인정의와 사회정의를 미디어 콘텐츠 속에 녹여 넣도록 격려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이에 책임지고 걸머지는 자세를 확립해야만 합니다.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성입니다. 둘째도 셋째도 보도의 정확성, 팩트체킹입니다. 바른언론연대가 출범한 이유도 언론에 대한 사실 검증을 바탕으로 바른언론 운동의 행보를 전개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면 현재의 대한민국 미디어, 오늘날 언론현실은 바른언론과는 거리가 먼 사실 왜곡과 수용자 체험의 식민화-언론에 의해 미디어정보 수용자인 국민들이 길들여짐-가 일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변질은 물론이고 변음된 신화적인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져 왔습니다.

   
▲ 전현직 언론인 및 언론학자들이 주축이 된 바른언론연대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선동언론의 악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미디어펜과 대담한 바른언론연대 공동대표,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의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 현실과 동떨어진 변질, 변음된 신화적인 미디어 환경.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지금 주목할 현실은 우리가 ‘사실 실종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진실은 전설이 되어버린지 오래고, 사실은 실종되었으며 전문가에 대한 믿음까지 없어진 공황상태에 놓여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진실보도와 사실보도는 오래전 실종되었습니다. 사실은 사라지고 가짜에 대한 숭배(The Cult of Fake)가 판치는 시대입니다. 불신 풍조가 만연한 꼼수(호도)의 시대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직화된 소수(언론)의 사기가 판치는 틈에 분산된 다수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메시지보다는 누가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들 메신저는 일종의 색깔론자, 바이러스 전달자입니다. 이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동일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건 내용도 청와대가 발표하느냐 자기들 우상 언론이 발표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공식채널이 아닌 ‘국제시장’이나 ‘연평해전’ 등 영화를 통해 비로서 사실을 사실로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 말씀을 듣다보니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한국 말고 다른 곳에서도 과거에 이런 적이 있었을까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대에 거짓과 선동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던 군중 선동가와 로마 멸망을 재촉시킨 소피스트가 그 전례입니다. 현란한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켜 군중을 우롱하는 현대판 ‘꼼수와 구라’의 시대가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중요할 듯 싶은데요, 바른언론 저널리즘을 이루기 위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언론의 주춧돌이던 사실 검증, 그 근본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사실 검증을 실천하고 벌금제 도입 등이 바른언론 저널리즘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라 봅니다. 팩트체킹 운동은 이미 2004년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지난 2009년에는 미국 PolitiFact.com이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개 조직이 활동 중에 있습니다.

사실 검증은 체계적으로 해야 합니다. ‘거짓 정보의 총량을 줄일 것’을 주장하면서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메신저들의 메시지를 수집하고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판정해야 합니다. 그 판정결과를 각종 SNS와 홈페이지에 공시하며 언론보도자료를 통해 전파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진실(truth) 규명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객관적 사실(fact)를 확인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 일은 우리 바른언론연대에서 해내고자 합니다.

- 아까 맨 처음 답변하신 내용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앞서 스스로 개인정의와 사회정의를 미디어 콘텐츠 속에 녹여 넣어야 한다, 이를 책임지고 걸머지는 자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십시오.

미디어 종사자 개개인의 내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미디어 ‘전문직화(Professionalism)’와 ‘미디어 철학정립’ 두 가지가 요구됩니다.

미디어는 혼자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이 가야 합니다. 시청자든 독자든 수용자와 언론 미디어가 함께 밀고 끌어주는 파트너십입니다. 성명서 같은 것은 허공의 메아리입니다.

미디어가 오너십을 갖고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면 수용자는 식별력과 선별력이 있는 청중, 비판력까지 갖춘 대중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 언론 현실은 국민이 언론에 끌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민은 미디어의 영원한 동반자로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공생관계에 있습니다. 이들을 비판적이며 식별력을 가진 동반자로 이끌기 위해 미디어에 임하는 개개인이 적극적인 자세로 전문직화 되어 앞장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 근본은 미디어철학 정립에 있습니다.

사실 미디어 관련 모든 논의의 핵이 되어야 할 것은 미디어철학의 정립입니다. 언론철학의 결핍은 한 마디로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습니다. 혼이 나간 육체입니다. 이중에서 특히 저널리즘 공정성과 직결되는 수사학 및 논리학에 기초한 공정성 판단을 적극 권장합니다.

이후 다각적인 논의를 통한 공론화 후속작업이 뒤따른다면, 철학적 조망을 거친 체계적인 ‘저널리즘 공정성’ 역할이 도출될 것입니다.

(최창섭 대담[상편]은 [하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