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상향 이동성 OECD 1위…정치권과 언론 왜곡된 선동 문제

지난 주말엔 한 서울대생이 “생존을 결정하는 건 결국 수저 색깔이었다”며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일이 화제였다. 이번 주가 되니 모 신문에서는 2015 경제 키워드로 ‘금수저·흙수저’를 들고 나왔다. 거기다 특성화고와 특목고 학생들의 가정 배경까지 표로 강조하며 ‘수저론’을 설파했다.

정말 우리의 빈부격차가 그렇게까지 고착됐을까? 적어도 외국과 비교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 달 24일 OECD가 배포한 ‘2015년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학력을 기준으로 한 세대 간 상향 이동성이 1위(61%)다. 부모 세대보다 고학력이 된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얘기다. 그것도 압도적이다. OECD 평균(32%)의 두 배 정도다. 2위인 아일랜드(45%)와도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OECD 교육지표 관련 기사 어디에도 ‘세대 간 이동성’ 1위라는 서술은 없다. 몰라서 안 쓴 것은 아니다. 뭐 하나 OECD 1위, 좋다고 여겨지는 것이 OECD 꼴찌라면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좋다고 주장하던 것이 1위라는 사실은 밝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주요 지표인데다가 너무 명백한 숫자라 안 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하나같이 이렇게 뽑았다. ‘부모보다 고학력’ OECD 2배. 그러면서 등록금 부담, 고학력 추구, 교육열 등의 단어들을 덧붙였다. 마치 이 지표가 왜곡된 학벌 추구나 교육열을 설명하는 부정적 지표인양 왜곡한 것이다.

   
▲ 지난 주말엔 한 서울대생이 “생존을 결정하는 건 결국 수저 색깔이었다”며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일이 화제였다. 정말 우리의 빈부격차가 그렇게까지 고착됐을까? 적어도 외국과 비교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 달 24일 OECD가 배포한 ‘2015년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학력을 기준으로 한 세대 간 상향 이동성이 1위(61%)다./사진=채널A 캡쳐.
그러나 OECD 보고서에는 명백히 이 지표를 ‘세대 간 이동성’으로 명칭하고 있다. 지표 분석을 설명하는 제목은 ‘부모의 학력이 자녀의 교육적 성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다. 심지어 요약 설명 중에는 중등교육을 마친 부모보다 고등교육을 마친 부모의 자녀가 상위 25%의 월 보수를 받을 가능성이 23% 증가한다는 설명까지 있다. 누가 봐도 교육 재생산의 정도를 말하는 지표다.

교육 재생산을 설명하는 지표가 ‘수저론’과도, 그동안 교육 재생산이 강화된다고 십수년간 주장해온 내용과도 정면 배치(背馳)되니 은근슬쩍 ‘교육열’을 설명하는 지표로 세탁한 것이다. 아직도 국제 자료는 국민이 확인하지 못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멋대로 아전인수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과 정가의 수준이다.

물론 거시적인 OECD 교육지표의 한계에 대한 반박도 있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내놓을 만한 반박은 “고등교육의 비약적 확대의 결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언론이 해당 지표를 ‘교육열’ 지표로 치환한 것을 지적해도 유사한 맥락의 변명을 할 것이다.

이런 해명은 조사결과의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배경 설명일 뿐이지 결과를 부정할 수 있는 반박은 아니다. 게다가 그런 주장을 하려면 먼저 우리나라의 비약적 발전의 역사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수저론’과 ‘헬조선’을 되뇌는 자들에게 ‘한강의 기적’은 부정하고 싶은 산업화의 훈장일 뿐이다.

고등교육의 확대로 결과를 부정할 수 없다 지적하면 애써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폄하하는 이들이 내놓을 만한 반박은 “과거에는 상향 이동이 아주 잘 되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세대 간의 거시적 비교라 지금에야 도래한 ‘수저론’ 시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시 관련 하위 지표를 확인해봤다. OECD는 25~34세, 그러니까 현재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 다시 말해 ‘수저론’의 대상이라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남녀별로 이동성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국 중 상향이동성을 보인 비율은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1위였다. 남성 59%, 여성 63%. OECD 평균은 각각 28%, 36%였다. 내가 부모보다 좋은 학력을 가질 가능성이 OECD 평균의 두 배인 것은 과거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마지막 반박은 대졸이 다 같은 대졸이 아니라는 우리나라의 학벌주의다. 그나마 가장 설득력과 개연성이 있는 반박이다. OECD도 학력이 곧 사회경제적 지위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부모의 학력별 상위 25% 소득 계층이 될 가능성’을 조사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과연 단순히 학력의 세대 간 상향 이동성을 조사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1위는 아니었다. 세대 간 학력 상향 이동성이 1위라고 해서 신분상승 1위는 아니란 반박에 힘이 실린다.

중졸 이하 부모를 가진 사람이 상위 25% 소득을 벌 가능성은 고졸 부모를 가진 사람보다 10% 낮다. OECD 평균과 같고 격차가 적은 순으로 응답국가 중 공동 12위였다. 고졸 부모를 가진 사람보다 대졸 부모를 가진 사람이 상위 25% 소득을 벌 가능성은 7% 높았다. OECD평균보다 3% 적은 공동 4위다. 개인의 학력을 추가적으로 독립변수에 포함해 분석을 할 경우에도 중졸 이하 부모의 경우 OECD 평균과 같았고, 대졸 부모의 경우 OECD 평균보다 격차가 적었다.

부모의 학력이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에 끼치는 영향은 OECD 평균과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수준이라는 거다. 즉, 부모 학력을 기준으로 청년들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니지만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라는 ‘수저론’의 계층 고착 현상이 OECD 평균보다는 덜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헬조선’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진짜 ‘헬조선’으로 만드는 것은 그냥 경제가 성장한 만큼 사회경제적 계층의 변동이 선진국에 가깝게 줄어든 것을 두고 마치 전 세계 최악의 지옥인양 폄하해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심겨주는 정치계와 언론이다. 내 수저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절망을 주입해 사회구조적으로는 아직 충분히 하기에 따라 금수저가 될 수 있는데도 금수저가 되기를 포기하고 흙수저로 살게 만드는 그들이 이 나라를 ‘헬조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급속 성장기에 비해 달라진 상황을 두고 자학을 하기 전에 정말로 우리가 그렇게 지옥같은 나라에 사는지 한 번 세계를 둘러보고, 다른 나라는 어떤지 통계를 살펴보려는 노력조차 ‘노오오력’이라며 포기할 때, 그 때야말로 우리 앞에 헬게이트가 열린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