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경제TV 캡처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올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 5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급락에 당황하고 있다. 정유사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은 여전히 고공비행을 하고 있지만 유가 급락으로 재고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전날보다 0.18달러 내린 배럴당 31.82달러로 지난 2004년 6월 30일(31.67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서만 7달러가량 하락했다. 4분기가 시작된 지난 10월 1일(45.92달러)과 비교하면 14달러가량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일일 정제량은 280만배럴 수준으로 실제 가동량은 250만 배럴 정도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 중동산 원유를 도입한다. 중동에서 국내까지 선박으로 원유를 들여오는데 평균 25일 가량 걸린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일일 정제량의 25배인 6250만 배럴 정도의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유가가 떨어지면 비쌀 때 들여와 비축한 원유에 재고손실이 발생한다. 단순히 재고비축 물량인 6250만 배럴을 기준으로 유가가 1달러 떨어지면 6250만달러, 한화로 650억원 가량의 재고손실이 생긴다.

이달 들어서 유가가 7달러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4550억원, 10월 이후 9100억원 가량 앉아서 손해를 본 셈이다.

문제는 이란과 미국의 원유 수출 재개 등의 요인으로 당분간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이 경우 정유업계는 수천억원의 추가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어 최근의 실적 개선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SK증권 손지우 애널리스트는 "4분기, 특히 12월 들어 유가의 추가하락 속에서 고가 원유 투입의 부담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정유업종의 실적은 12월까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같은 재고손실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정제마진이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말한다.

원유를 정제해서 나온 여러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 운임, 동력비 등을 제외한 마진을 의미하며 보통 배럴당 달러로 표시한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별로 다르지만 보통 싱가포르 시장의 역내 평균을 추정해 적용하는데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시장의 정제마진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즉 정제마진이 4∼5달러 이상이면 수익이, 이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 정제량이 250만배럴 수준이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1달러 상승하면 정유업계는 1조원(1달러·250만 배럴·365일)에 달하는 이익이 발생한다.

저유가로 인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 복합정제마진 평균은 7.7달러로 2011년(8.2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복합정제마진 평균 7.7달러에서 손익분기점인 5달러를 제외하면 2.7달러의 차이가 발생한다. 정제량 등을 감안하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으로만 올해 3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올린 셈이다.

정유4사가 연간 기준으로 2011년 이후 최대인 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이 같은 정제마진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배럴당 100달러대였던 유가가 40달러대까지 급락, 조 단위 재고손실을 입었고 정제마진마저 좋지 않아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올해는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최근 유가하락으로 재고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