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파업 악몽 '그때 그 사람' 재등장…노조원 권익 희생 정치놀음 우려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MBC 언론노조가 안타깝게도 2012년 파업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노조원들의 권익 목적이 아닌 정치파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자신들만이 정의롭다는 이분법의 사고로는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들 말이다.

지금 MBC 노사 간의 임금협상 사태를 보면 언론노조는 몇 년 전 일은 까맣게 잊고 실패를 반복하려는 것 같다는 강한 인상을 준다. 기자회견장이며 농성 현장에 정영하, 이용마 등 2012년 실패의 주인공들 ‘그때 그 사람들’이 등장한 것만 봐도 그렇다. 

MBC 언론노조는 지금 집행부와 소수 몇 몇의 정치놀음을 위해 노조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특유의 오만함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대한민국 법이 엄연히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소수노조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회사와 임금협상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하고, 협상할 경우 어용노조로 취급하겠다고 위압을 가하는 꼴이 가관이다.

평소 사회적 약자 운운하며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던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자기들이 불리해진다고 그야말로 약자의 위치인 사내 소수 노조들에게 회사와 협상을 하라마라 요구한다. 그리고는 자기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용노조란다. 그동안 누려왔던 교섭대표노조로서 힘과 권한을 계속 갖겠다고 소수 노조들이 누려야할 권리를 그렇게 다수의 논리, 강자의 논리로 묵살하고 짓밟으려 해도 되는 건가. 그것이야말로 언론노조가 현 정부를, 보수세력을, 재벌기업을 비판하는 논리 아닌가. 

언론노조 노조원들은 지금도 PD수첩이며, 2580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으로 온갖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비판해온 건 지금 언론노조가 소수 노조들을 대하는 것처럼, 힘을 가졌다고 다수가 소수를 향해 횡포를 부리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매도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언론노조나 야권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비난할 때 툭하면 써먹는 것도 ‘다수의 전횡’이라는 논리 아닌가.

   
▲ 2012년 1월 MBC 노동조합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조원 기만하고 세력 확장에만 골몰하는 언론노조

물론 공영방송 이사회와 MBC 언론노조의 소수 노조 무시는 전혀 다른 사안으로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편리한 대로만 사는 언론노조는 최소한 일관성이라도 갖춰야 되는 것 아닌가. 언론노조가 그렇다고 자기 식구들을 잘 챙기는 것도 아니다. 임금 협상을 하면서 회사가 3.94%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오히려 3.9%만 인상하겠으니 지방사 모두 임금을 올려달라고 했단다. 

노조 집행부가 회사에 요구한 이 안은 그렇다면 노조원들이 바라던 것이었나. 언론노조 임단협특보를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언론노조는 특보에 ‘2015년 임금협상시 직원의 임금인상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언론노조원 92.8%(노조원 38.9%가 8.5% 이상을 요구, 28.6% 노조원이 6.5~8.5%, 노조원 25.3%가 4.5%~6.5% 임금인상 희망)가 최소 4.5% 이상은 임금이 인상되길 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더 낮은 안을 제시하고 엉뚱하게 지방사 임금 인상 타령까지 한 것이다.

언론노조는 노조원들 대상으로 얼마만큼의 임금 인상을 원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하고는 “조합은 조합원들 대다수의 요구를 토대로 연내 임금협상 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이렇게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협상테이블에서는 오히려 회사보다 더 낮은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 이건 무슨 뜻인가. 언론노조는 왜 자기들이 알뜰살뜰히 챙겨야할 노조원들 임금 대신 지방사 임금을 챙겼나. 

언론노조가 지방사 노조와 협력,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런 이상한 임금 협상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사의 언론노조 집행부는 왜 지방사와의 연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나. 이것 역시 언론노조의 영향력 확대라는 정치적인 이유 외에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임금 인상과 같은 건으로 지방사와 연대를 튼튼히 해 묶어두면, 파업이나 예를 들어 국정교과서 시국선언과 같은 정치적 이슈에서도 언론노조의 힘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2012년 실패에서 배우고 깨달아야

MBC 언론노조가 상식적인 여타의 노동조합과 다른 정치노조라는 점은 이렇듯 최근의 임금협상 돌아가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노조가 어떤 이유로든 노조원들의 권익을 우선하지 않고, 또 노조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된다면, 그 자체로 노조의 정치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2012년도 파업이 법적, 형식논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렇듯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언론노조의 본질적인 성격은 어떤 계기로든 스스로를 드러내게 마련인 것이다.

이런 MBC언론노조가 임금과 단협 교섭이 안됐다며 최근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냈다고 한다. 공정방송 조항, 해고자 복직, 징계 문제와 같은 것들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안됐다는 것이다. 중노위 조정기간동안 조정이 안 되면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기에 언론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뭘 얻을 수 있나. 노조원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면서 그들에게 또 고통을 감내할 것을 요구할 수 있나. 쉽지 않을 것이다.

노사 협상 기간이 끝난 타임오프제를 두고도 노조 와해 음모니 공작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 법적인 의무도 아닌데다 회사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라고 관행적으로 배려했던 제도를 마치 법에 강제한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지나치게 뻔뻔한 것이다. 많은 국민들 눈에는 MBC가 노조 전임자에 타임오프제를 배려해서 얻은 건 MBC 발전보다도 강성 정치노조의 뻘짓, MBC 파괴 결과뿐이었다. 

노조 파괴 공작 운운할 것이 아니라 먼저 노조부터 상식적인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사내 소수 노조부터 존중해야 할 것이다. 소수노조가 자기들 권익을 찾겠다고 회사와 협상한다고 해서 어용노조로 매도하는 못된 버릇부터 버려야 한다.

소수 노조를 무시하는 강자이면서 약자 코스프레로 언론플레이하는 것도 그만 둬야 한다. 그런 이중적인 모습에 언론노조를 동정할 국민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도 2012년 이후로 언론노조가 쇠퇴해가는 원인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투쟁’에 골몰하는 노조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