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해소 위해 삼성물산 주식 5000만 주 매각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해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성SDI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한 가운데 삼성그룹이 순환출자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위의 판시를 수용했다.  

다만, 짧은 기간 안에 엄청난 금액의 주식을 매각하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삼성그룹이 공정위에 유예기간을 요청했다.  

   
▲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 이에 삼성은 내년 3월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지분율 2.6%·24일 종가기준 7275억 원 어치)를 처분해야 한다./미디어펜

지난 27일 공정회가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 이에 삼성은 내년 3월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지분율 2.6%·24일 종가기준 7275억 원 어치)를 처분해야 한다.

통합삼성물산 출범일인 올해 9월1일을 기준, 6개월째인 내년 3월1일 유예기간이 종료돼 그전까지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삼성은 공정위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약 두 달 안에 500만주를 매각하기에는 기관 투자자가 블록딜로 받는다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짧은 기간 안에 주식을 천분하면 앞으로 시장도 충격을 받고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따라 삼성 측은 “유예기간을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삼성그룹이 기한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삼성의 입장에 대해 공정위는 “유예기간 연장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할 것”이라며 “ "삼성이 기한 내에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려고 최대한 노력 했음에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 (공정위가 기한 연장을) 별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A사→B사에, B사→C사에, C사→A사에게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최초 출자자금이 결국에는 처음 회사로 회수되면서 총수의 지배력이 유지, 확장되거나 경영권 편법 승계 등에 악용될 수 있다. 또한,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불안함도 갖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난해 7월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이 새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총 10개에서 7개로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 3개 고리는 오히려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으로 이어졌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합병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합병삼성물산’으로 강화됐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또 ‘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화재’로 이어졌던 순환출자는 ‘합병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합병삼성물산’으로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바깥에 있어 별개였던 옛 삼성물산(소멸법인)이 제일모직(존손법인)과 합병한 이후 고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순환출자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진 기존 순환출자는 고리 바깥에 있던 제일모직이 합쳐지면서 ‘합병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순환출자가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