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지난 시점 4위를 3위로…순위 문제보다 선동 정치·언론이 더 문제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우리나라 대졸 ‘니트족’ 비율이 OECD 중 3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는 기사가 양산됐다.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 지난달에 발표된 OECD 교육지표 결과와 다른 내용을 버젓이 기사로 쓰고 베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기사가 나기 무려 한 달 전에 발표된 ‘OECD 교육지표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졸 니트족은 OECD 3위가 아니라 4위다. 그리스, 터키 외에 이탈리아가 우리나라보다 많았다. 물론 3위가 아닌 4위라고 자위할 수 있거나 불명예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이 사실보도를 해야 하는 책임을 저버린 것에 대해 “그게 그거지 않냐”며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기사들을 살펴보고 종합하면 이 통계의 출처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27일 발간한 ‘OECD 주요 국가 청년 NEET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다. 그러니 기사를 쓴 기자들은 자료를 충실히 썼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요 일간지 기사들은 보수 언론도 예외 없이 제목과 리드에서 모두 현재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대졸 니트족 비율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쓰고 있다. 정말로 보고서를 충실히 썼다고 변명하려면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고 리드를 뽑든지, 제목에 인용 표시를 했어야 최소한의 형식과 양심을 지킨 기사다.

게다가 최소한 OECD의 ‘한눈에 보는 교육지표 2015’를 분석했다는 말을 기사에 쓰려면 해당 보고서를 확인해보고 통계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리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불명예’를 신나서 보도하기에 바빴다.

   
▲ 하나라도 스스로를 더 부정적으로 보기를 원하는 시선은 이 사회의 DNA가 된 것 같다. 대졸 니트족 4위에 대한 ‘자성’은 필요하다. 청년 백수들의 신음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아닌 것을 굳이 3위로 만들면서 좀 더 ‘자학’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사진=JTBC 캡쳐
이 보고서는 OECD의 ‘한눈에 보는 교육지표 2015’를 분석한 것이 아니다. ‘한눈에 보는 교육지표 2015 중간보고서’를 분석한 것이다. 관련지표에 대한 사전조사사항을 담은 보고서다. 기자들도 이 사실을 모른 것은 아니다. 괄호 안에 영문으로는 보고서 명칭을 정확히 썼다. 그러면서도 독자들이 읽을 말에는 마치 2015 교육지표의 통계인양 대놓고 왜곡했다.

사실 이미 OECD의 2015 교육지표가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지난해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갖고 기사를 쓰는 것 자체가 기사의 시의성을 무시한 행위다. 아니, 이미 한 해 지난 통계를 새 통계가 발표된 이후에 마치 현재 통계인 것처럼 쓰는 행위는 ‘보도’가 아니라 ‘사기’다. 독자 중 누가 이것이 현재의 통계가 아니라고 인식하겠는가?

왜 이랬을까? 지금까지 우리 언론과 정가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3위가 실제 통계인 4위보다 더 자극적으로 우리나라를 폄하할 수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유독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언론은 우리나라가 안 좋은 일에 순위가 높을수록 기뻐한다. 자기들이 할 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번처럼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OECD 청소년 자살률 1위 같은 거짓말이 수년간 바로잡히지 않고 수도 없이 반복된 사실이 그 방증이다.

일부 중앙 언론은 심지어 작년에 ‘대졸’에 한정해서 니트족 비율이 3위였던 것을 두고 마치 현재 전체 청년 니트족 비율이 3위인 것처럼 보도했다. 이쯤되면 사기도 도가 넘은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니트족 비율은 OECD 8위다.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멕시코, 칠레, 슬로바키아가 우리보다 많다. 9위 아일랜드와는 0.036%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당 지표를 조금 상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가와 언론의 자학적 시각은 더 잘 드러난다. 진짜 OECD 교육지표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졸 니트족 비율은 OECD 4위지만 중졸 이하 니트족 비율은 OECD 최저다. 4위와 최저. 어느 쪽이 더 눈에 들어오는 순위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최저다. 그런데도 국회입법조사처나 언론은 우리가 부정적인 것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만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최저도 그냥 최저가 아니다. 우리나라 중졸 이하 NEET 족 비율은 4.5%다. OECD 평균인 15.7%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며, 우리나라 뒤를 잇는 룩셈부르크(8.1%), 덴마크(8.4%), 스웨덴(8.9%)은 우리의 2배에 가깝다. 왜 아무도 중졸 니트족이 OECD 최저라고는 못 쓰는 것인가?

물론 대졸자가 중졸자보다 많은 이 시대에 언론도 국회도 대졸인구가 많으니 순위를 떠나 대졸 NEET의 비율이 더 중요한 관심사여서 그렇게 쓴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변명한다고 해도 이미 최근 통계를 버리고 더 안 좋은 작년 통계를 쓰는 통계조작을 한 시점에서 그 변명은 진정성을 갖기 힘들다. 게다가 순위에 목을 매는 근성을 매번 보여온 행태를 생각하더라도 그런 변명은 구차한 발뺌일 뿐이다.

3위냐 4위냐 큰 차이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언론이 거짓말을 하는가, 아닌가는 중요한 문제다. 하나라도 스스로를 더 부정적으로 보기를 원하는 시선은 이 사회의 DNA가 된 것 같다. 대졸 니트족 4위에 대한 ‘자성’은 필요하다. 청년 백수들의 신음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아닌 것을 굳이 3위로 만들면서 좀 더 ‘자학’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