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선거 승리에 도움 될까?
안대희 씨가 대법관에서 퇴임한지 한 달여 만에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옮겼다. 대법관이란 그 얼마나 고귀한 자리인가. 중립적이고 사심 없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철썩 같이 믿고 따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안대희 씨는 ‘전광석화’ 같이 정치권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변신으로 국민의 마음 속에 있던 ‘대법관’이란 자리가 주던 아우라는 이제 빛 바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실련이 정곡을 찌르는 성명서를 냈다. 경실련은 29일 성명서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 후 두 달도 채 안돼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참여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대법관의 자격요건 중 중요한 것이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며 "행정부 소속기관의 검찰 출신 대법관으로서 사법부 독립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다고 볼 수 밖에 없으며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참여한 것은 대법관이라는 지위와 사법부의 독립, 정치적 중립성 등을 새누리당에 판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도 검찰 출신과 법원 출신의 대법관이 사법부 독립과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지와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과거 군사독재 시절 대법원을 장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찰 출신 대법관 임명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후보가 당 이름을 바꾸고 광폭 행보를 보여서 뭔가 달라졌나 보다 하고 기대했는데, 안대희 씨를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고 하니 실망스럽다. 박 후보는 안대희 씨의 영입이 대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안대희씨는 개인적으로 보면 크게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국민검사’였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데는 좀 어색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여당보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더 엄하게 수사했다고 하는데, 무슨 ‘국민검사’인가. 그는 ‘사법개혁 개편안’도 만들겠다고 한다. 당사자인 검사 출신이 사법 개혁안을 만든다니 과연 국민에게 이익 되는 개혁안이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비친 검사, 나아가 법조인에 대한 인상은 기득권 수호자들이고 무엇보다도 자기 직군을 지키기 위해 정치술수에 능한 집단으로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영화 ‘부러진 화살’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을 보면 검사와 법조계에 대한 국민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박 후보는 그의 영입으로 법조 세력이라는 든든한 보호막도 만들고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대선 자금 비리와 자신의 친인척 관리를 사전에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안팎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그렇게 하면 선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2012년 8월의 현 시점, 한국의 20대에서 40대 사이의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치 세력의 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얼마나 강렬했으면 정치 입문조차 해보지 않은 안철수씨의 인기가 이리도 식을 줄 모르고 매니아층이 생길 정도일까. 박 후보는 이런 흐름에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안대희 씨의 영입에서 읽을 수 있다.

솔직히 법조 세력은 박 후보에 서게 돼 있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사법 개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 후보는 더 참신한 세력에 손을 내밀었어야 했다.

한국의 권력 지평도 과거에 비해 한층 양극화됐다. 지금은 재벌, 법조, 경제관료 등 3개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며 이들이 바로 양극화 시대의 ‘진정한 기득권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법조 세력이 단연 가장 강력한 집단이다. 민주화의 수혜를 가장 받은 집단이 법조 세력으로서, 김승연 한화 회장의 구속에서 보듯이 여론 외에는 그 누구의 견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집단으로 변했다.

한국의 재벌 세력은 욕심은 많을지 몰라도 적어도 열심히 뛰고 성과도 혁혁한 건 사실이다. 경제 관료들도 치열한 내부 경쟁과 자부심에 걸 맞는 정책개발과 공부를 통하여 성숙해진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집단인 법조 세력은 자기의 기득권에는 한치의 양보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정치인을 뺨치는 정치감각으로 한국을 주무르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심어져 있다. 새누리당이 자신의 기반인 기득권 세력과 등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들과만 손을 잡고 가는 인상을 준다면 선거 승리와는 거리가 더 멀어질지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