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사상에 사로잡힌 자가 여성 근로자에게 선사한 '최악의 모욕’

다큐 '위로공단'(Factory Complex,2014) 위로가 안 된다고 전해라
: 미숙한 사상에 사로잡힌 자가 여성 근로자에게 선사한 '최악의 모욕’

방송개요

■ 감독: 임흥순
■ 프로듀서: 김민경
■ 개봉 : 2015.08.13
■ 초청 및 수상
-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
- 2015년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독립영화지원상
- 2014년 인천다큐멘터리포트 베스트 러프컷상
- 2014년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
-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초청
- 2013년 AND펀드 BIFF메세나펀드 선정작
- 2012년 제6회 시네마디지털서울 버터플라이상

방송내용

위로공단은 1970년대부터 201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여성 근로자에 대한 이야기다. 시대를 대변하는듯한 인물 22명이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70년대 언니를 따라 서울에 왔다가 16~17살 나이에 봉제 공장에 취직했던 아주머니, 새벽 2시까지 하이타이를 풀어 버스 천장까지 닦아야 했던 버스 안내양, 삼성 반도체 생산공장 직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대형 마트 수납원 아줌마 등 모두 우리 엄마, 이모의 이야기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말한다.

이야기 속에 숨겨진 의도

그런데 출연하는 주인공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 전개 과정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화자의 감정을 대변해 주는듯한 이미지 영상은 보는 이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70년대 대우 어패럴에 취직했던 아주머니의 회고 영상이 나온다. “그때 대우 어패럴에서 일하는 언니들은 가운을 입고 스카프랑 명찰을 달았어. 내가 가난해서 학교를 못 다녔잖아. 그래서 나는 그렇게 유니폼입고 일하는 게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야. 그래서 나도 꼭 대우에서 일하고 싶어서 언니한테 언제 사람 뽑냐고 맨날 물어보고 그랬어. 근데 취직해서 일 해보니깐 생지옥이야. 맨날 철야 야근에 생 커피 마시고...그런 고생이 없어”, 바로 이어지는 영상은 두 명의 삼성 반도체 생산공장 출신의 암환자 직원 인터뷰다. “어른들은 잘 모르잖아요. 큰 회사 다니면 다 취직 잘했다고, 생산직 이런 모르시니깐 아버지가 삼성에 취직했다고 좋아했어요. 저희 회사에 불임인 직원들이 많아요. 10년 7년… 제가 항암 받을 때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한웅큼씩 빠졌는데..(눈물)”.

   
▲ 70~80년대 구로공단에 모여 들였던 여공들은 대부분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농촌에서 상경한 당찬 아가씨들이었다. 당시 공단의 생활이 녹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농촌에 비할 봐는 아니었다./사진=다큐 '위로공단'(Factory Complex,2014) 영상캡처,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게시판

이쯤 되면 어지간한 바보가 아니면 감독의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다. 감독은 50년 전이나 현재나 이 땅의 여성 근로자들은 다 사람 대접을 못 받고 핍박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아직도 고통 받고 있다고, 미싱 앞에서 컴퓨터 앞으로 자리만 바뀌었지 아직도 착취당하는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다.

헬조선의 주술성 마저 느껴지는 음산한 이미지 영상들

거기다 인터뷰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아래의 이미지 영상을 보라! 눈은 가리워져 있고, 얼굴은 랩으로 감겨 있거나, 심지어 시체처럼 천으로 꽁꽁 싸매여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이여! 제발 너희들의 처지를 깨닫고 고통 받으라’는 마르크스 유령의 속삭임 아닌가! 상상력이 부족한 남조선 노동인민들이 '헬조선’이 무엇인지 상상을 못 할까봐 친절히 영상으로 표현해 우리의 머리속에 넣어 주고 있다.

이로서 나는 감독이 미숙한 사상에 사로잡혀 그릇된 가치관으로 여성노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며, 현재와 50년전의 한국이 똑같다는 지진아스러운 결론으로, 주체적으로 인생을 개척했으며, 한국 산업발전의 기틀이 되었고, 역사상 유래 없는 부를 창출한 70년~80년대 공순이 언니들의 엄청난 공로를 깡그리 무시한 바, 이는 위로가 아닌 모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미숙한 사상, 즉 계급 투쟁론적 세계관으로 멋대로 여성 근로자를 피착취자로 규정해 값싼 동정으로 모욕을 입힐 의도가 다분했음은 아래의 사실들로도 입증된다.

   
▲ 전개 과정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화자의 감정을 대변해 주는듯한 이미지 영상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사진=다큐 '위로공단'(Factory Complex,2014) 영상캡처,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게시판

방송평가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진숙이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여성노동자?

우선 출연자 대부분은 대한민국의 보편적이 여성 근로자를 대변하기에 매우 부적합하다. 대우 어패럴을 다녔던 아주머니는 85년 구로공단 동맹파업으로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였다. 버스안내양을 하며 대학을 가고 싶었다고 눈물로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는 여성은 무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309일 동안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진숙씨다. 이런 엄청난(?) 노동운동가들이 어떻게 한국의 일반적인 여성근로자를 대변한단 말인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암 환자 여성들도 보편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22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보편적 노동환경과 거리가 멀어

출연하는 주인공들이 엄청난 노동운동가들인 만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대한민국의 보편적이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야기는 항상 극한 노사투쟁으로 이어져 눈물바다를 이룬다. 노동조합의 대의원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여공들에게 똥물을 끼얹은 동일방직 오물투척 사건, 1979년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던 여성 노동자 중 한 명이 강제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YH무역 사건, 2005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로 촉발된 기륭전자 사태, 2007년 까르푸-홈에버 사태,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2015년 삼성 백혈병 사태가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경제사의 가장 아프고 수치스런 부분만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70~80년대 구로공단엔 눈물만 있었나?

70~80년대 구로공단에 모여 들였던 여공들은 대부분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농촌에서 상경한 당찬 아가씨들이었다. 당시 공단의 생활이 녹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농촌에 비할 봐는 아니었다. 고생스러워도 한 달 마다 월급봉투를 받아 들 수 있었고, 웬만한 회사에 취직하면 야간에는 학업도 병행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때까지 이 땅의 여성들이 누렸던 삶 중에 가장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이었다. 이들의 용기와 삶의 투쟁 속에서 대한민국도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런데 왜 그 빛나는 용기와 성취는 감추고 눈물만을 보여주는가? 그들의 용기는 왜 어이없이 노사분쟁의 투쟁 속에서 조명되는지 알 수가 없다.

70년대 공순이는 2010년대의 콜순이?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지난 70년 동안 기적과도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 동안 국민의 삶도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또한 말할 나위 없이 향상되어 지금 우리는 여성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아래 살아가고 있다. 마르크스의 유령에 사로잡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어 져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자가 아니라면, 70년대와 2010년도의 근로자의 삶이 같아 보일리 없다.

   
▲ 위로공단은 1970년대부터 2016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여성 근로자에 대한 이야기다./사진=다큐 '위로공단'(Factory Complex,2014) 포스터

대한민국 여성근로자는 핍박 받고 착취당하는 피해자들?

이 글을 쓰는 필자 또한 대한민국의 여성 근로자로 대학 졸업 후 10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직장 생활의 대부분의 시간을 예전 구로공단이라고 불리었던 구로, 가산 디지털단지에서 하고 있다. 위로공단에도 조명되었던 수출의 다리는 내가 출퇴근 할 때 마다 오르내리는 고가도로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이 쉽지만은 않아 9~10까지 야근을 하면 위로공단에 출연했던 승무원처럼 하루 12시간을 근무할 때도 있다. 12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시리고 손가락도 마비가 올 지경이다. 하지만 나의 고단함은 미숙한 사상에 사로잡힌 자들의 동정의 빌미가 될 수 없으니, 이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자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무게이며, 이만한 무게로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준 사회에 감사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나를 여기까지 오도록 강제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립된 인간으로 살며 자유를 누리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오나 출근길에 오른다. 내가 이루어낸 성취이지 사회가 나를 내몰아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 특정한 이념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의도를 숨긴 채 위로로 가장하여 근로자들에게 건 내는 값싼 동정에 나는 불쾌감 느낀다. 이는 나를 비롯 이 땅의 근로자들의 존엄성을 헤치지 때문이다.

세상에 '빛’이 되기 이전에 '빚’진 자가 되지 말아야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은사자상 수상해 영화계의 이목을 받은 작품이다. 거기다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2015)- 독립영화지원상도 수상했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말했다. '어두운 세상에서 빛이 되고 싶습니다.’ 참으로 어림도 없는 소리다. 세상이 어둡지 않은데 어찌 빛나는 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눈부신 하늘아래 살고 있으면서 스스로 눈을 가리고 내가 촛불을 켜 세상을 밝히겠다고 외치는 꼴이다.

감독은 '금천예술공장’ 입주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했다. '금천예술공장’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설이며, 작가는 이곳의 지원금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원금은 국민의 혈세이며 이를 예술을 한다는 명목으로 가져다 쓴 것은 명백히 사회에 빚을 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미숙한 사고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그것을 위로라는 명분으로 사회에 어둠으로 돌려주고 있다. 우리는 그가 선물하는 어둠을 받을 이유가 없다. 어리숙한 자가 건네는 같잖은 동정은 위로가 아니라 모욕일 뿐이다. /김현정 컨슈머워치 회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예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