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속에 현실론 수용 가능하다
여당의 공약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래라저래라 하기엔 좀 성급한 면이 있지만 ‘경제민주화’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조짐을 보여 한마디 하고자 한다.

‘경제민주화’는 오늘날 극심한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으로 세계경제가 홍역을 앓고 있는 시점에서 적절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여졌다. 더불어 야당의 예봉을 미리 무디게 했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효과도 일정 부분 거두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경제현실적 입장이 강한 일부 의원들이 ‘경제민주화’를 담론 논쟁으로 끌고 있는 것 같아 좀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대체로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나 학자출신 정치인들은 정연한 이론을 좋아하고 정책에 있어서도 논문 쓰듯이 일관성에 경도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각 대선캠프를 비롯해 정치계와 상층부 관료층에 학자출신들이 적지 않게 포진돼 있는 까닭에 이런 경향은 염려스럽다. 세계경제 위기라고 하는데 지금 한가하게 담론 논쟁을 하고 있을 땐가.

이 세상의 현실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재벌의 경우만 하더라도 역기능이 있는 반면에 순기능도 있다. 그걸 다루려면 재벌을 손봐야 하겠다는 이론을 세우고 그것을 크고 작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일관되게 적용할 경우에 한국경제에겐 재앙이 될 것이다.

정치인이 하는 일이 뭔가. 정치인이야말로 이상과 이론만을 좇는 학자와는 달리 이상과 이론에 더불어 현실을 직시하고 운영의 묘를 적절하고도 세련되게 구사할 줄 아는 ‘마술사’가 돼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 어려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국민이 권력을 주고 녹봉을 주는 것임을 정치인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사실 재벌과 대기업 규제는 현행법과 제도에서도 대체로 가능하다고 본다. 공정위를 비롯한 행정부와 사법부가 현재 갖고 있는 수단만이라도 제대로 적용한다면 추가적인 제도를 도입하려고 이렇게 시끄럽게 논쟁할 것도 없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새누리당의 일부에서 장하준 교수를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는 것 같은데, 그의 지명도가 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장하준 교수는 최근의 저작을 보면 좀 혼란스런 면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 또 현실 정치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학자라도 평론가류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자기 만의 이론은 없는 사람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가 한국의 정치와 경제 현실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에서 여러 학자출신들이 담론 논쟁을 유발해 당내 분란의 씨앗이 될지 모른다.

어제 피치가 한국경제의 신용등급을 일본과 중국보다 높게 부여했다. 이는 현 정부의 경제운용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나쁘지 않았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러므로 여당의 ‘경제민주화’는 이전 것을 다 갈아 엎겠다고만 마음 먹지 말고 경제계와 일부 현실론 의원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도량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