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가치로 새 미래 열어야

   
▲ 조우석 주필
교과서전쟁 승리와 현실주의 외교는 그걸 위한 디딤돌

동시대를 살면서 존경하는 분이 있다는 건 숫제 행운에 속하는 일이다. 경제학자이자, 한국현대사에도 일가견 있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내겐 그런 분의 한 명임을 고백한다. <대한민국 역사>, <대한민국 이야기> 등 그의 주요 저술을 빠짐없이 읽은 것도 당연한데, 1년 반 전 선보였던 책에서 그가 이렇게 속내를 밝힌 바 있다.

“자유주의를 강의하기 위해서는 꼴통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속으로 자유주의자이면서 입까지 자유주의자인 교수는 대학에서 희귀한 존재다. 지적(知的)풍토가 이러해서는 사회를 얽어매는 역사의 굴레를 벗기면서 또 하나의 비약을 이끌 리더십이 생겨나기 힘들지 않을까?”( <통합,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 39쪽)

위선에 찬 대한민국의 지식풍토를 이처럼 정확하게 드러낸 글도 드문데, 나는 이 말에서 위로와 용기를 함께 받는다. 어쨌거나 상황은 심각하다. 좌편향을 넘어 거의 전체주의적 풍토로 전락한 대학의 교육과정을 마친 이의 상당수가 깜짝 놀랄 정도로 반기업 정서를 표출하거나,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적대적이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수호가 ‘미디어펜’소임

고학력자일수록 반대한민국 정서를 내면화하고 있는 이 엄혹한 현실 앞에서 새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해야 하는 게‘미디어펜’의 소임임을 새해 벽두 이 자리에서 새삼 밝혀두는 바이다. 고백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영훈 교수의 명언을 또 하나 접했다.

이번엔 면전에서 직접 들어 더욱 생생한데, 그건 경기도 파주의 살림출판사 행사였다. 소설가 복거일 선생의 <역사속의 나그네>(총6권) 완간을 축하하기 위해 자유경제원이 마련한 오붓한 ‘헌정(獻呈)의 날’행사였는데, 이 교수가 짧은 스피치를 이렇게 했다.

“한국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종교가 있다면, 그건 민족주의교(敎)가 아닐까요? 이 강력한 미신과 주술의 힘으로부터 자유로운 게 뭐가 있습니까. 학계를 포함해 지식사회와 정치판 전체가 그렇습니다. 좌파도 ‘민족주의 가면’뒤에서 움직입니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대통령이란 민족주의교의 총회장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민족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인데, 이 역시 나의 문제의식과 일치한다. 지식정보가 몽땅 오염돼 있고, 그게 허울 좋은 민족주의로 포장돼 있다는 지적이다. 내 경우 ‘미래한국’최신호에 “올해는 좌파에게 빼앗긴 문화권력-지식권력을 되찾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는 글을 쓴 바 있지만, 기회에 여쭤보고 싶다.

8년 전 광우병 파동을 포함해 2년 전 세월호 사고, 지난해를 얼룩지게 했던 메르스 파동 그리고 광화문 민중 총궐기의 공통 구조는 무엇일까? 왜 그런 일이 필요 이상의 정치사회적 몸살로 연결되며, 한국사회를 항구적 위기로 내모는가? 다시 묻는다.

왜 그런 게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도전 혹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으로 치닫곤 하는가? 다양한 진단과 처방이 나오겠지만, 그건 지식권력-문화권력을 좌파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모적 내출혈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한국사회의 많은 현안은 종종 정치사회적 위기이자, 지식정보 오염의 발작이라는 이중적 성격이 특징이다.

   
▲ 지금은 소모적인 과거사와 결별하고 미래로 나갈 시점이다. 그건 한국사회 전체가 반미-반일-친중의 도그마를 내건 좌파세력과 결별을 고해야 한다는 뜻이고, 엉터리 시민종교이자 유사(類似)종교인 ‘민족주의교’와의 굿바이한다는 말이다. 그게 외면할 수 없는 올해의 과제다./사진=미디어펜
좌파에 빼앗긴 지식권력-문화권력 되찾을 때

이 땅의 언론매체들도 그렇다. 그들은 공론장(公論場)은커녕 사회혼란을 부추기곤 한다. 뿐인가? 좌파에게 빼앗긴 지식권력-문화권력은 교육-문화-언론의 세 영역에서 지금 맹렬하게 작동하는 중이다. 그 전체 상황을 나는 ‘지식-정보의 오염 현상’으로 규정해왔는데, 놀랍다. 실로 고맙게도 이 악성의 구조가 막 깨져 나가는 징후를 지난해 말 우리는 관찰했다.

중고교 역사교과서 개편작업이 그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지식풍토의 대청소까지 큰 시에 두고 있었는지를 잘 모르겠으나, 이 전쟁의 역사적 소임은 실로 중차대하다는 게 새삼 재확인되고 있다.

올 한해도 이 문제의 후속 처리를 둘러싸고 만만치 않은 후속 싸움이 예상된다. 연초 곧 이어 발표될 국사편찬위원회의 편찬 기준 제시와 함께 좌우 사이에 또 교과서 전쟁은 제2라운드에 바로 돌입할 것이다. 좋다. 이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해야 이 놀라운 나라 대한민국이 제자리에 우뚝 선다는 것도 분명하다.

지난해 등장한 깜짝스타인 장신대 김철홍 교수도 그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던가? 그는 얼마 전 나왔던 책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기파랑)에서 새삼 밝힌 바 있다. 지금 대한민국파는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있으며, 이걸 뒤집는 대회전이 교과서 전쟁이라고! 그리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책임있는 지식인들은 이미 멸종한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거꾸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말하는 의인(義人)을 수구꼴통 혹은 극우로 낙인찍어온 게 우리네의 잘못된 현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가운 일은 역사교과서 전쟁에 못지 않은 놀라운 결단이 며칠 전 극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금은 과거사와 결별하고 미래로 나갈 시점

그게 한일 위안부 합의인데, 한일 양국이‘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야당을 포함해 역풍을 노리는 좌파 세력의 안간힘도 감지되고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반복하지만, 지금은 소모적인 과거사와 결별하고 미래로 나갈 시점이다. 그건 한국사회 전체가 반미-반일-친중의 도그마를 내건 좌파세력과 결별을 고해야 한다는 뜻이고, 엉터리 시민종교이자 유사(類似)종교인 ‘민족주의교’와의 굿바이한다는 말이다. 그게 외면할 수 없는 올해의 과제다.

일테면 새해 벽두 적지 않은 정치지도자들과 각종 매체들이 신년 포부를 밝혔다. 평화, 통일, 경제회복 그리고 화합, 매력국가 등등…. 모두 다 좋은 얘기이고 그럴싸하다. 그러나 다분히 명분론적이고 이상주의적인 레토릭에 그치고 있다는 걸 문화주의자이자, 동시에 정치적 현실주의자인 나는 기회에 밝혀둔다.

누가 뭐라고 말하건 새해 대한민국의 목표는 국리민복-부국강병이라는, 냉정한 마키아벨리적 진실뿐이다. 그게 아닌 다른 깃발을 누가 감히 흔들어댄다면, 그것이야말로 ‘지식정보의 오염’에 따른 달콤한 거짓말이자, 민족주의로 포장된 우리민족끼리의 가짜 신화에 불과하다. 올해 ‘미디어펜’은 그걸 밝히는 선도적 역할에 더욱 매진할 것임을 이참에 밝혀둔다.

그건 이영훈 교수 식으로 말하자면 좌파민족주의에 더렵혀진 지적 풍토를 쇄신하는 작업이자 또 하나의 비약을 이끌 리더십을 창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그러나 마냥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역사교과서 문제 해결과 함께 활짝 열린 현실주의 외교를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 대활로를 여는 작업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조우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