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정치공학'은 효과 없다

서울대 안철수 융합정책대학원장의 출마선언이 임박하긴 한 모양인데 그래도 여전히 안개를 피우고 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교수가 대선을 불과 3개월을 앞두고서도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가 참 모르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 하도 희한한 일이 많아서 ‘뭐 그만한 일로!’ 핀잔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뽑는 일이지 않은가

안 원장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경선 열기가 애초 기대했던 만큼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선거 막판에 안 원장과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깜짝 단일화’를 점치기도 한다. 소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같은 극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라는 거다.

이런 추측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 또한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극적 효과는 두 사람이 그럴 미리 짜고 한 게 아니고 모두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고 국민들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원장과 민주통합당 후보 간의 단일화는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예상되고 있는 바다. 일부 교수들이 ‘정치공학’을 운운할 때부터 사실상 김이 빠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비슷한 후발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으로는 전편보다 인기를 끌기 어렵다.

금태섭과 정준길 양씨 간의 공방도 어찌 상식과 벗어난 듯하다. 같은 대학의 동기간 대화 내용을 갖고 폭로한다는 사실이 야박하기도 하고 전쟁 중에도 대화는 터 놓는다고 하는데, 정치도의보다 정치적 계산이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가 당사자 입장에선 좀 심하다고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공인 중의 공인이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보기관의 사찰이 정말 있었는지 알 수도 없고 그런 것쯤은 도전자의 불리함으로 생각하고 대범하게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러저러한 소문에 대해선 정정당당하게 해명하면 된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어떤 기업도 불확실한 소문과 잘못된 정보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맥도널드가 그랬고 존슨 앤 존슨도 당했고 우리 나라의 유명 식품회사들도 식은땀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위기를 극복하여 큰 회사로 발전한다. 소문과 오보의 해법에서 지름길은 없다. 진실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새누리당도 정말 ‘검증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독일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인기 있는 사람을 너무 적대시하면 본인도 미움을 받고 고약한 사람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안철수 교수는 분명 기성 정치인에게 없는 덕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히 젊은 사람들로부터 인가를 얻고 있다. 그걸 생판으로 부정하려고 들면 오히려 젊은 층으로부터 반발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은 안 원장의 좋은 점을 벤치 마킹 하여 박근혜 후보가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순수함과 열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강점인 오랜 정치 경험과 현실적 실천력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 교수에 대한 공세든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