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도덕적·정치적 타락 최악…대의민주제 기본조차 '흔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선거구 획정 ‘시계제로’…책임지지 않는 “국회실패”

선거구 부재 장기화라는 ‘국회실패’는 현재 진행형이다. 혹시나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다. 5일까지 획정안을 내 달라는 정의화 국회의장 요청에 따라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가졌지만 여야의 입장이 부딪히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추후 선거구 획정위의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는 1948년 제헌국회 출범 이후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지난 1일 0시부터 시작된 선거구 부재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일정대로라면 선거구 획정안이 무엇으로 가닥이 잡히든 오는 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의 통과는 요원하다. 지난 3년 9개월 간 별의별 개악입법으로 일관했던 19대 국회가 20대 국회의 선거구도 자체를 안개 속으로 들이밀은 형국이다.

선관위가 선거구 부재 사태에 대비하여 이미 선거법 위반에 대한 단속을 유예했다고 하지만, 불법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각 지역구 예비후보들은 담장 위를 걷고 있다. 여야의 밥그릇 싸움 속에 유권자와 선거 전쟁터의 경계가 사라진 초유의 사태에 국회를 비난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19대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타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쪽지예산, 포퓰리즘이나 종북, 반시장주의라는 외견상의 타락이 아니다. 입법기관으로서 헌법에 규정한대로 국익을 위해 의원직에 임해야 하지만 이를 아랑 곳 않았을 뿐더러,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정치적 타락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타락은 대개 나쁜 결과로 귀결되는데 여야, 국회의장 할 것 없이 서로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국회의원의 도덕적 수준은 민도에 좌우된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하는 헹태를 국회 스스로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국회실패’를 명백히 보여준다. 개개인 도덕철학의 부재가 정치철학의 부재와 여야 집단으로 표출되는 현상의 파국을 가져왔고, 이는 각 의원에게 도덕적 결단력까지 부재함을 드러낸다.

   
▲ 지금과 같은 일정대로라면 선거구 획정안이 무엇으로 가닥이 잡히든 오는 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의 통과는 요원하다. 지난 3년 9개월 간 별의별 개악입법으로 일관했던 19대 국회가 20대 국회의 선거구도 자체를 안개 속으로 들이밀은 형국이다./사진=미디어펜

이번 선거구 부재 장기화는 1948년 제헌국회 성립 및 정부 수립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민주주의, 대의민주제가 크나큰 모순에 빠졌으며, 자정작용이 불가함을 대외에 천명하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헌법재판소의 1대2 룰에 따른 것이다. 대의민주제의 기본 원리인 1인 1표의 가치가 농촌과 도시 지역에서 다른 가중치로 작동하고 이에 따라 민의가 제대로 수렴되지 않는 모순이 일어나자,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로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정한 것이다. 국회의원들 수백 명이 전가의 보도로 내뱉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서다.

하지만 발등의 불이 떨어진 정치자영업자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낯뜨겁다. 야당 더민주는 안철수, 문재인의 갈등과 이어지는 탈당 선언 등 분당사태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공천룰을 두고 막판 내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럴 바엔 왜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나 반문이 들 정도다. 원칙 없는 민주주의,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 못하는 대의민주제, 문제해결 못하고 민간의 온갖 잠재력을 갉아먹는 여의도 정치라면, 없는 게 낫다. 명심하자.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민주라는 이름이 능사가 아니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대의민주제라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19대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타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쪽지예산, 포퓰리즘이나 종북, 반시장주의라는 외견상의 타락이 아니다.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정치적 타락을 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