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경쟁으로 복귀하라
이번 대선에선 유독 변호사들이 후보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서울법대 동기생이고 모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서로 친구간이다 아니다 라고 싸우는 모습이 보기에 딱하다.

이런 싸움판에 택시 기사가 끼어들었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위협’ 판단을 제3자인 택시 기사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하여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투철한 시민의식의 발로’하고 해야 할지 어떻든 택시 타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 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면서 소위 ‘스캔들’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전통적인 언론, 신생 인터넷 뉴스매체, 블로거, 카페, 게시판 등이 여기에 한 줄로 엮여 진영간의 전쟁에 돌입한 형세다. 이런 형국에선 정책 대결보다는 ‘스캔들’이 훨씬 효과적이란 판단을 했을 법하다.

검사 출신 변호사라고 하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책 개발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무엇보다도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룰을 만들고 법치 문화를 착근해야 한다. 이런 분야에 자신의 전문성을 접목하여 정책 개발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젊은 시절 권력을 맛본 판검사출신 변호사들은 그것을 못내 못 잊는 탓인지 권력 주변에 몰려드는 게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닌데, 이번엔 좀 많다는 느낌이다. 법을 잘 아는 이들이 권력에 입성하여 정말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면 오히려 반길 일이다. 하지만 스캔들 정치의 한 가운데 있는 이들을 보곤 적이 실망스럽다.

요즘 경제도 어렵고 정치도 시끄러운데 베니스 영화제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기사를 읽고 위안을 얻는다. 국졸 출신으로 청계천과 파리를 전전하며 밑바닥 삶을 체험했고 영화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는 그의 성공은 그 자체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열등감과 도전을 자양분으로 삼아 오로지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증명해냈다.

많이 배우고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높으신 분’들은 이제 얄팍한 스캔들 정치를 그만두고 우리네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서민들이 편안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주기를 진정으로 부탁 드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