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세상-골프 에티켓의 핵심은 배려

골프의 발상지가 스코틀랜드이고 경기규칙이 영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탓에 골프 규칙에는 영국인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즉 규칙도 많은 제약을 두기보다는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사의 게임으로 보았다.

골프에서 가장 존중되는 것이 예의이다.
모두 41조로 된 골프규칙(The Rules of Golf)의 제1장 제1절에 에티켓조항이 있다. 내용은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할 때에는 그 주변에서 떠들거나 움직여서는 안 된다’이다. 이어지는 규칙 역시 ‘앞에 있는 조가 완전히 떨어져 갈 때까지 플레이해서는 안 된다.’ ‘항상 경기에 늦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 같은 조가 홀 아웃을 끝내면 곧 그 홀을 떠나야 한다.’ ‘경기가 빠른 조는 패스시켜야 한다.’ ‘디봇 자국은 잘 메우고 벙커 내의 발자국을 고르게 하라’는 등 대부분이 에티켓과 관련된 것이다.

일반적인 룰 자체가 예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도 별도로 ‘코스에서의 예의(Courtesy of the Course)’라는 장을 두어 다시 한 번 골프예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골프가 어떤 게임이며 어떤 게임이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골프 룰의 핵심은 공정성(fairness)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가 평등한 입장이어야 하며, 누구에게 불리한 여건을 일방적으로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피해를 안 주면 자신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 모두 41조로 된 골프규칙(The Rules of Golf)의 제1장 제1절에 에티켓조항이 있다. 골프의 기본정신인 페어플레이에는 곧 철저하게 남을 배려함으로써 내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바탕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골프에티켓은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삽화=방민준
플레이 지연의 금지 조항이나, 코스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 그린 보호를 위한 제한, 심지어 연습스윙 때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규정하기까지 하는 것은 바로 철저하게 다른 플레이어를 배려하려는 것인데, 이처럼 다른 플레이어를 철저하게 배려한다는 것은 곧 내 자신이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배려를 받으며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 자신을 위해 남을 철저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정신이 숨어 있는 것이다.

남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남에게 방해가 되거나 나쁜 영향을 미칠 행동은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 가령 시합에서 5분 늦게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하면 2 벌타를 먹게 돼있고 5분이 지나면 실격 처리되게 돼있다. 한 사람이 늦으면 다른 3명의 리듬도 흐트러지고 다행히 시간이 임박해 도착했다 해도 당사자가 헤매는 바람에 덩달아 플레이가 산만해진다. 한 사람이 늦으므로 해서 당사자는 물론 다른 사람까지 큰 피해를 입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마찰과 갈등이 없고 마찰과 갈등이 없어야 자신의 페이스대로 평정을 유지하며 평소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골프의 기본정신인 페어플레이에는 곧 철저하게 남을 배려함으로써 내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바탕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골프에티켓은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