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맞는 여론 외에는 귀 기울이지 않아…미디어계 감시할 자격 없어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완기 이사가 3일 미디어오늘에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최근 MBC 경영평가단 구성을 위해 열린 소위원회의를 다룬 내용인데, 주로 유의선 이사 주장에 대한 반박과 미디어스 기사 옹호 등이 담겼다. 이 이사가 유 이사에 반박하는 글을 싣게 된 이유는 이렇다. 소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유 이사는 당시 회의를 기사화한 미디어스 기사가 왜곡됐다며 우리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에게 글을 보내왔다.

박주연 편집국장은 당시 회의 과정 등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미디어스 기사로 독자들에게 한쪽의 이야기만 전달된 상황에서 유 이사의 글이 알권리 차원에서 소개할만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 판단에서 미디어내일이 기사화했고, 미디어워치를 통해 포털에도 송고가 됐다. 짐작컨대, 유 이사는 미디어스의 정파적 기사에 학자로서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

당시 회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구성해서 자신에게 책임까지 덮어씌우고 민언련의 비난 코멘트까지 얹었으니, 유 이사 입장에선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을 것이다. 이완기 이사의 글은 그런 심정으로 썼을 유 이사 글에 대한 반박이었다. 필자가 당시 회의를 직접 참관한 것도 아니고 우리 매체가 직접 취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문진 두 이사가 벌이는 공방에서 정확한 사실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유의선 이사에 반박하는 과정에 미디어워치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필자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완기 이사는 미디어워치란 매체는 잘 모르는 매체이고, 미디어워치의 기사를 본 기억도 없으며, 다만 2015년 마지막 날 밤에 한 지인이 자신과 관련된 기사가 실렸다고 알려주어 미디어워치에 게재된 유 이사의 편지를 “우연히 접하게” 되어 반박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유 이사의 편지를 실은 미디어워치가 사실에 충실한 매체인지 잘 모르겠다는 소감도 밝혔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신의 ‘무자격’ 고백한 이완기 이사

이완기 이사가 미디어워치를 잘 모르는 매체라고 밝힌 부분은 정말 믿기 어렵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이 이사는 방문진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 당장 이사직에서 사퇴해야 마땅한 중대한 사안이다. 미디어워치는 우파의 유일한 미디어전문 비평매체로서 2009년에 창간됐다. 이후 2010년 창간된 폴리뷰가 미디어 기사를 전문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미디어전문지를 표방한 미디어내일이 작년에 출범하면서 우파에도 미디어 전문 매체가 2개 이상 선보이게 됐다.

현재 미디어워치를 통해 자체 생산 기사와 미디어워치와 깜보를 맺은 폴리뷰, 미디어내일이 생산하는 미디어전문 기사가 소개되고 있고 포털에도 나가고 있다. 명색이 MBC 출신에 미디어오늘 대표이사를 지냈고, 미디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라는 민언련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이렇게 미디어계를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다뤄왔던 폴리뷰, 미디어내일, 미디어워치를 모른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지 글에다 자랑스레 “모른다”고 쓸 일이 아닌 것이다.

이완기 이사가 우파 미디어 전문 매체들을 모른다고 고백한 사실은 이 이사의 방문진 이사로서 직무와도 직결돼 있다. 자신이 속한 방문진과 MBC에 관해 여러 전문적인 취재를 하고 있고 특종도 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매체를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다는 것은 이 이사 자질문제와 관련한 중대한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이것은 이 이사가 방문진과 MBC에 관한 현안이나 문제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돼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며, 특히 자기 입맛에만 맞는 여론 외에는 다른 의견을 가진 여론에는 일절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공영방송 MBC를 관리, 감독하는 방문진 이사가 여론 동향 파악에 MBC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반 국민과 네티즌들보다 더 무지하며, 게다가 한쪽 목소리 밖에 듣지 않는 완벽히 편향된 인물이란 사실은 방문진 이사로서 무자격을 ‘셀프인증’ 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완기 이사가 우파 미디어계를 무시하는 처사는 미디어계를 감시하는 민언련의 공동대표로서도 자격이 없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오늘이 이완기 이사 이사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

이완기 이사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에서 고영주 이사장에게 MBC 소송비용을 물었다가 알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며 꼬집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완기 이사가 과연 고영주 이사장을 타박할 주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복잡다단하고 수천 수 만 가지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오로지 한쪽 세상 밖에 모르고, 또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은근한 자랑으로 아는 자신의 한심함은 못 보고 남더러 손가락질을 할 주제는 아닌 것이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미디어오늘이 직접 나서서 이완기 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 이사가 미디어워치를 모르고 기사도 접한 사실이 없다는 고백을 함으로써, 방문진 이사로서 무자격일 뿐 아니라 미디어오늘 사장을 지낸 시절에도 MBC 파업이나 방문진 사정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가 미디어오늘 사장을 지낸 2009년 3월부터 2013년 3월 사이에 MBC는 사상 초유의 MBC 파업이 있었다. 노사가 극단적으로 갈등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MBC언론노조는 언론노보 등을 통해서 당시 김재철 사장을 굴복시키려는 목적으로 각종 허위, 과장, 왜곡보도와 주장을 일삼았다. 그 사실을 지적한 것이 폴리뷰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특종도 했다. 당시 기사는 모두 미디어워치를 통해 소개가 됐다. 이 이사가 사장으로 있던 그때 미디어오늘은 MBC언론노조의 주장을 무턱대고 받아쓰기 했다가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정정,반론보도 철퇴도 맞아야 했다.

그럼에도 이 이사가 미디어워치를 모르고 기사도 읽어본 기억이 없다고 고백한 것은 MBC 파업 내용 뿐 아니라 미디어오늘 사장으로서 내부사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사장으로서 이건 직무유기가 아닌가. 미디어오늘로서도 이완기 이사의 이번 글을 그냥 좌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이완기 이사 본인 글과 주장에 의하면 그는 언론계에서 결코 책임있는 자리를 맡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이완기 이사는 결코 책임있는 자리에 가선 안 될 인물

이완기 이사가 미디어워치 뿐 아니라 폴리뷰, 미디어내일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의 뇌가 세상의 딱 절반만 인지하게끔 만들어진 장애를 앓고 있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생각은 달라도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내용 파악 정도는 하고 있을 ‘정상인’일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라고 해도 방문진 이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예전 2012년 파업 때 정영하 MBC언론노조 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이 보인 태도가 지금의 이완기 이사 모습과 정확히 닮았던 것이 떠오른다.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폭로했던 폴리뷰에 대해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취재를 거부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 말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와 목적에 방해가 되는 위협적인 우파언론은 아예 부정부터 하고 보는 ‘현실부정’형 말이다. 이완기 이사의 모습에서 정영하, 이용마의 그런 현실부정적 태도가 겹쳐진다.

굳이 짜증이 날 정도로 긴 장문의 글로 유의선 이사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나, 그 와중에 미디어워치를 모른다고 짐짓 깔아뭉개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런 초조함의 발로가 아닌가. 어찌됐든 이완기 이사는 정말로 미디어워치를 모르거나, 아니면 모른 척 했거나 둘 중 어떤 이유라도 스스로 방문진 이사 무자격을 고백한 것이라는 점에서 같다. 이완기 이사는 당장 방문진 이사직을 사퇴해야 한다. 또 미디어계를 감시하는 민언련의 공동대표로서도 자격이 없다.

미디어 사정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사람이 시민단체 대표를 맞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이참에 민언련 공동대표직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이완기 이사는 자신의 글에서 “방문진 이사는 공인이며 그래서 어느 정도의 언론 피해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썼다. 이 역시 본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가야 할 충고다. 필자의 이 글도 못 봤다고 둘러대지 말고 깊은 반성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있길 바란다. 물론 그것은 당연히 방문진 이사직을 내려놓는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