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실수 잦고 허술하면 '빨간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롬니가 말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기금모금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47%의 미국인을 정부에 모든 것을 의존하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

사모펀드 최고경영자 출신의 부자 정치인이 다수의 국민을 바라보는 속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발언이다. 사실 이런 발언만으로도 롬니의 대선 가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롬니 후보는 지난 7월 올림픽 직전에 런던을 방문해서 “런던 올림픽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개최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저히 대선 후보라고는 믿기지 않은 발언이었다. 아마도 테러의 우려가 높은 런던이었기에 무심코 나온 말로 보인다. 외교적 언어 구사는 정치인의 수준을 가늠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보다 더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한 것도 상식 밖일 뿐만 아니라 국제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말이다.

롬니처럼 어떤 정치인은 왜 말실수가 자주 나오는가 그 이유는 명백하다.

첫째, 자신의 정책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나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정당의 정책과 공약이란 것이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경험 많은 정치인들이 만든다고 해도 정교한 일관성을 가지면서 허점 없는 것으로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준비하지 않고 졸속으로 만들면 판판이 깨지게 돼 있다. 이는 후보 혼자서 100만 대군 앞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전문가 많다고 이런 정책과 공약 작업이 잘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지리멸렬한 짜깁기 정책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후보 자신이 그 정책을 완전히 내면적으로 소화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걸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이래야 불쑥 던진 질문에도 조리 있고 쉬운 말로 대답할 수 있다.

정책이란 선택일 수밖에 없으므로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보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손해 보는 것 같은 계층이 있다. 후보자는 이를 지혜롭게 말하여 단기적으로 손해보는 듯한 국민들에게도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학자와는 다른 정치인의 자질이다. 이런 자질이 없는 사람은 큰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과거사 문제와 MB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짐을 지고 있기 때문에 말실수를 할 개연성이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비해 안철수 후보는 훨씬 자유로운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공격하기만 하고, 짜임새 있고 현실성 있는 말을 하지 못하면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