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미만 청년설계사 감소추세
보험사 "인재 양성하면 1년도 안돼서 떠나"…투자대비 효율 미미

[미디어펜=김민우 기자]보험사에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성생명이 2030 청년 영업조직인 '유니브(Univ) 사업단'을 만들면서 한때 생명보험사들 중심으로 젊은 층의 영업인 양성을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붐이었다.

하지만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미미한 영업실적, 채널다변화로 인한 영업환경의 변화, 모집의 어려움등 보험사로선 갈수록 투자대비 성과가 적어지면서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 각 보험사가 2030 청년설계사 조직을 활성화했으나 갈수록 청년설계사의 잦은 이탈, 영업실적 미미 등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삼성생명 SFP인턴십 모집 포스터 이미지 캡쳐
9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30세미만 설계사는 2008년 14911명으로 지난 10년 최다였다. 하지만 2009년에는 12859명, 2013년 10693명, 2014년에는 8348명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현재 생보사들이 운영하는 2030 특화 조직으로는 삼성생명의 유니브, 한화생명의 HFA, AIA생명 넥스트AIA, KB생명 Dream, 현대라이프YGP, 푸르덴셜생명보험의 SPAC 등이 있다.

30세 미만 설계사에는 해당 조직이 아닌 일반 설계사들도 있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고 보면 된다.

삼성생명은 2013년 2285명에서 2014년 1579명으로 700여명이 급감했다. 한화생명도 1101명에서 1019명으로, AIA생명은 530명에서 512명, 현대라이프는 436명에서 390명으로 줄어드는 등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 유니브 소속 설계사(SFP)는 2013년 약 1500명에서 2014년에는 1100여명, 작년에는 800명정도로 급감했다. 유니브 지점도 2010년 10개에서 2013년 35개로 늘어났으나 지점 통폐합 등을 거쳐 지금은 24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2030세대 고객을 겨냥한 핵심채널로 주목받아 실제로 성장했던 청년 영업조직이 시들해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제기된다.

우선 단기교육을 받은 2030 설계사들은 대부분 금융자격증이 없어 팔 수 있는 상품이 제한되고 상품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곧바로 영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균 영업실적은 일반 설계사의 절반정도 수준에 불과한 현실이다.

결국 각 보험사가 체계적인 금융지식과 영업경력을 바탕으로 젊은 인재를 선발해 전문금융인을 양성하겠다지만 금융지식을 쌓고 영업기반을 다지기에 1~2달정도의 교육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보험영업과 리쿠르팅 실적은 다른 설계사와 비슷하게 요구받다보니 청년설계사들은 과도한 압박에 1년도 못채우고 떠나는 사람이 10명 중 7명 이상이다.

금융권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여기다 보니 정착률도 기존 설계사 조직에 비해 낮다. 잦은 인력의 유입과 전출은 조직 안정화 저해로 이어지고 회사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느라 장기목표를 수립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설계사의 평균 정착률은 40%이지만, 젊은 고학력 대졸 설계사 조직의 평균 정착률은 30%를 밑돈다. 이들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교육 등으로 경력을 쌓은 뒤 금융권 정규직이나 일반 기업 영업부서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한 생보사의 2030 조직에 있다가 작년 타 직종으로 이직한 A씨(27)는 "직무설명회와 이어진 면접에서 일단은 교육 받고 일 해보면서 생각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면서 "이직할 때 그간 배웠던 영업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의 영업팀장 B씨(30)는 "4년전과 비교하면 그만두는 사람이 남는 사람보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라며 "팀을 유지하기 위해 아무래도 모집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간 경쟁강화와 영업채널 다변화라는 환경적인 요인도 작용을 하고 있다.

뛰어난 영업과 리쿠르팅 실적을 인정받아 영업관리자가 된 사람이 타사에서 높은 조건을 제시하면 팀원 모두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온라인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에서 설계사채널보다 저렴한 보험을 내놓으면서 설계사의 입지가 좁아졌다. 계약수수료 체계가 더 좋은 GA(보험대리점)시장의 확대도 청년 설계사 고용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상품을 파는 것보다 2030 청년설계사 채용이 더 어려울 정도"라며 "업계 경쟁이 심화되는데다 GA시장 등 비전속채널이 증가하는 추세라 조직을 확대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