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니즈는 기업이 판단…정부, 혈세 먹는 하마부터 정리해야
   
▲ 이건희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사양산업’이라는 낙인을 버리자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이란 것은 없습니다. 섬유가 왜 사양산업입니까. 사람이 옷 안 입고 살 수 있습니까?”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이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을 맡고 두 달 뒤인 2014년 10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970년대에는 효자업종이라고 손꼽힌 섬유산업이었지만 지금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파다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성기학 회장은 섬유산업으로 뛰어들어 40년째 흑자를 내고 있는 '영원무역’을 경영하고 있다. 40년 넘게 섬유산업에서 활동하며 살아남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ZARA'를 생산하고 있는 인디텍스의 스페인 최고 부자 아만시오 오르테 회장은 2015년 포브스에서 발표한 부자순위 5위를 기록했다. 또한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H&M의 스테판 페르손 회장 등 기라성 같은 섬유기업과 기업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심지어 유니클로는 작년에도 한국에서만 25%나 성장하였으며 매출액은 1조1169억원을 기록했다.

국가는 '사양산업’이 아닌 '사양기업’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정부가 나서서 '사양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보조금으로 연명하거나 손익이 나질 않아 대출받고 이자도 제대로 못내는 '사양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는 것이다.

2011년 43조7000억원이던 보조금은 2015년 58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5%나 된다. 국고 보조가 증가하면서 보조금을 노리고 사업하는 기업들과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고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야 말로 진정한 사양기업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즉시 보조금을 삭감하여 국고낭비를 줄이고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2015년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는 전체 대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6.6%에서 2014년에는 10.8%로 4.2%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7995곳 중에서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을 살펴보면 2009년 8.2%(1851개)에서 2014년에는 10.6%(2561개)로 2.4%포인트 상승하였다. 만성적 한계기업 중 최근 5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기업의 비중은 64.4%(1650개)였으며, 10년 연속인 기업도 10.0%(257개)나 된다.

이러한 좀비기업들의 자산이 10%포인트가 늘면 고용은 0.5%포인트가 줄고 투자율은 0.18%포인트가 떨어진다는 KDI의 연구결과도 있다. 사업재편과 퇴출을 위해 '원샷법’을 통과 되어야 하지만, 하지만 경제에 대해 실망감만 보여준 19대 정기국회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 키케로는 '삶이 있으면 희망도 있다’라고 했다. 시장은 삶이고 산업은 희망이다. 시장이 있으면 사양산업 따위는 없다. 시장이 있으면 혁신이 있다. 혁신이 있으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타난다./사진=연합뉴스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자제해야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한다. 그 누구도 '사양산업’이라는 낙인을 함부로 찍지 말아야 한다. 국내에서 어렵다고 '사양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회는 국내 말고도 해외 곳곳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별 볼일 없어도 해외에서는 강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성기학 회장은 “사양이라는 말이 나오면 깊이 생각도 안 하고 침몰하는 배에 탄 것처럼 얼른 옮겨 타야겠다고만 생각합니다. 사양이라고 한 번 라벨이 붙으면 은행에선 자금을 안 대 줍니다. 버릴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앞으로 성장성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라는 말을 해당 인터뷰에서 했다. 사양산업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무서운 이유를 뒷받침해주는 말이다.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남발할수록 한국의 경제는 더욱 더 침체될 것이다.

시장이 있다면 사양산업이란 없다

“섬유기업들이 열의를 갖고 끈질기게 붙어야죠. 그러면 답은 어디에 있느냐. 시장과 공장에 바로 답이 있습니다. 시장, 즉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공장에서 이걸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런 사람들이 잘 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부활 논리가 있겠습니까.” -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

해당 산업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으려 발버둥을 친다. 성기학 회장이 말한 것처럼 답은 언제나 '시장과 공장’에 있다. 그 답을 알아내는 주체는 정부가 아닌 바로 그 시장과 공장에 있는 기업이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기업이지 정부가 아니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다.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부가 사양산업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리면 해당 산업에 연관된 소비자와 기업들은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라면’에서도 새로운 라면들이 생겨나고 있다. 농심의 '짜왕’을 시작으로 굵은 면발의 라면들이 출시했고 현재는 '짬뽕라면’으로 라면시장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템들도 시장에서 계속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키케로는 '삶이 있으면 희망도 있다’라고 했다. 시장은 삶이고 산업은 희망이다. 시장이 있으면 사양산업 따위는 없다. 시장이 있으면 혁신이 있다. 혁신이 있으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시장이 있고 혁신이 있기에 '사양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희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정부가 나서서 '사양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보조금으로 연명하거나 손익이 나질 않아 대출받고 이자도 제대로 못내는 '사양기업’들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 말이다./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