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채널 패널 인재 둔갑 무감동 인사…시청자 '언론플레이' 눈살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인재영입에 완고한 것 같던 김무성 대표가 놀랍게도 ‘인재’를 영입했단다. 그것도 무려 6명씩이나. 당사에서 기자회견까지 거창하게 열고 국민에게 선을 뵌 모양이다. 그런데 그 인재라는 사람들이 놀랍게도 하나 같이 ‘종편 스타’ 들이다.

구체적으로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김태현 변호사, 최진녕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박상헌 정치평론가 등 불과 며칠 전까지도 종편에 나와 정치논평을 하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되면 사심 없이 시청하던 국민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저 사람들이 정치하려고 종편에 나와 충성 발언을 한 건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배신감을 느끼는 많은 국민에게 김무성 대표는 황당한 쐐기까지 박았다. “영입이라기 보다 본인들이 찾아왔다” “특정인을 찍어서 역할을 부여하고 공천에 특혜를 주는 일반적 인재영입과는 다르다”

종편이 새누리당 인력공급소인가

그 사람들이 새누리당에 자신이 인재이니 영입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하더란 말인가. “본인들이 찾아왔다” 라니, 김무성 대표는 국민 앞에 인재를 소개하는 기본 태도부터 글러먹었다. 권력과 가까운 특정인을 찍어서 역할을 부여하고 공천에 특혜를 주는 그런 인재영입이 부적절한 것만큼, 종편에 반짝 출연한 덕분에 ‘정치 인재’로 둔갑되는 사례도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김 대표가 영입한 사람들 한 둘을 제외하곤 도대체 무슨 능력들이 있고, 보수정치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도무지 모를 사람들이 태반이다. 직군을 봐도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시민단체 활동가와 정치평론가를 제외하곤 전부 변호사 출신이다. 아무리 율사 출신을 좋아하는 당 취향이려니 하더라도, 이렇게 변호사들만 줄줄이 끌어들이는 이유는 뭔가. 이렇게 대한민국 1%도 안 되는 특정 직군의 사람들만 끼리끼리 모인 율사들의 정당이 과연 다양한 생각과 직업을 가진 국민 다수를 대변하는 대중정당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고 보나.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3 총선에 대비한 1차 인재 영입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종편에서 인지도를 쌓은 사람들을 새누리당으로 대거 끌어들인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종편이 새누리당 인력공급소라도 되나. 김무성 대표가 인재랍시고 데려온 사람들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종편에 출연해 객관자인 양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논평, 사회논평을 하던 사람들이다. 시청자 국민에 대한 예의가 있었다면 방송 출연 자제하는 최소한의 기간이라도 갖고 입당을 하더라도 했어야 했다.

새누리당이 종편 패널들을 영입하면서, 앞으로 보수정당에서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종편 PD들에 얼굴도장 찍고 출연 예약부터 해야 할 지경이 돼 버렸다. 새누리당의 황당한 행태가 종편에 대한 신뢰도도 깎아 먹는 결과가 됐다. 앞으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의 발언을 어떻게 순수하게 믿을 수 있겠나. 패널들이 자기 사익에 따라 계산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믿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겠나.

새누리당에 절실한 게 뭔지 모르는 기본이 안 된 인재 영입

언론 비평을 하고 감시하는 입장인 필자 입장에서 특히나 이번 김무성 대표가 보여준 한가한 인재영입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새누리당이 다수당이고 4월 총선 전망이 밝은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한때의 가세(家勢)일 뿐이다. 여차하면 선동할 준비가 돼 있는 포털 사이트나 우파정권 내내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차후를 도모하려는 방송사 언론노조 역시 여전히 건재하다.

젊은이나 중장년이나 할 것 없이 들고 다니는 핸드폰 모바일 뉴스에서 보여주는 뉴스 콘텐츠들은 어떤가. 기존의 전통적 좌파매체들 뿐 아니라 허핑턴포스트, 위키트리와 같은 SNS와 결합한 온라인 뉴스 미디어들이 하루 종일 새로운 조류의 콘텐츠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포인트를 미끼로 앱 하나 다운받으면 이들 뉴스 미디어를 통해 온갖 뉴스들을 접할 수 있다. 이런 뉴스들이 새누리당과 대한민국 보수정치에 우호적인 줄 아나. 천만의 말씀이다. 새누리당이 종편 패널들이나 껴안고 있을 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언론과 미디어에 특히 취약하고 무지한 새누리당이 영입해야 할 인재들은 방송에 출연해 입담 자랑이나 고소고발로 튀는 인물들이 아니다. 여당에 절실히 필요한 인재는 무섭게 변화하는 언론, 미디어에 전문성을 갖고 개혁할 수 있는 패기 있는 젊은 인재들이다. 필자가 알기로 새누리당에도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 전현직 보좌관을 지내며 당의 취약한 언론 전문성을 뒷받침해온 유능한 인재들이 있다.

새누리당이 좋아하는 율사 출신의 인재 중에도 방송 출연으로 어떻게 해볼까 하는 이가 아니라 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젊은 청년 인재가 있다. 새누리당이 당의 취약성을 보완하며 일해 온 30대 초중반의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하지 않고 밖에서 종편 패널들이나 끌어들이는 짓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새누리당에도 대한민국 보수정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무성 대표의 이번 인재 영입은 거의 완벽한 실패작이다. 다시 이런 식의 한심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