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대단한 위인은 아니야?
어제 모 지역의 버스터미널 대형서점에 들렀다. 안철수 후보의 책들이 10여권 이상 진열대를 점령하다시피 있었다. 문재인 후보의 책은 한두 권 정도 보였고, 박근혜 후보의 책은 선반에 꽂혔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서점주인이야 책이 많이 팔리니까 눈에 잘 띄게 진열했을 터, 안철수 후보의 인기를 실감했다.

안철수 후보의 의혹은 주로 부동산에 많다. 재개발지역의 딱지 아파트, 모친 소유의 아파트에서 ‘전세살이’, 이어서 부인과 본인의 강남3구 지역 40여평대 아파트 다운계약서가 터져 나왔다.

솔직히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 많은 인사청문회를 보았지만 다운계약서와 같은 관행적 비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 기자는 안철수 후보를 처음부터 관행적 비리를 단호하게 거부할 만한 인물로는 보지 않았다.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안 후보가 그의 책에서 묘사한 ‘대단한’ 인물로 알고 그를 따르고 있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다운계약서에 적잖이 실망하고, 특히 젊은이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을 일선에서 겪어본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하고 오히려 그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왕 다운계약서 건이 터진 김에 더 솔직하게 털어놓고 보자. 그는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서 뿌리 깊은 관행적 비리에 부딪히자 분노로 쏟아내는 ‘착한’ 본성의 소유자 정도로 보인다. 순진한 벤처기업인의 분노와 착함으로는 거대한 관료 사회를 관리할 수 없다. 안철수 후보의 주변 인물을 보면 한국사회를 경험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아마추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패기 찬 변호사들이 지나치게 모여 있는 점, 착한 건지 알쏭달쏭한 교수들도 그렇다. 이헌재 씨가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걸 보고는, 정말 웃어야 하는 건지 안 후보의 정체성이 더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해 보였다. 역시 순진한 벤처기업인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어렵구나.

관청을 오래 드나들었던 기자의 경험으로 보면 관료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능하고 착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관료사회의 문제는 거대한 관행적 비리를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데 있다. 그래서 강한 혁신 의지와 실력을 겸비한 정치가를 필요로 한다. 그 혁신 의지는 목숨을 걸 만한 정도여야 한다. 안철수 후보처럼 남에게 자리를 양보를 할 정도의 마음으로는 안 된다.

거대한 관행 비리는 일종의 만성 질환으로 꼭 한국 관료사회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 없이 다 있다. 관행적 비리는 경험 많고 개혁 의지가 투철한 ‘명의’ 수준의 졍치가도 고치기 어렵다.

이번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에 정말로 마음 속으로 분노를 느끼면, 순진하지만 잘 속는 사람이고, 기자처럼 별로 분노가 나지 않으면 때는 묻었지만 잘 속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여하튼 이번 세 후보가 제각각 약점과 강점을 비슷하게 갖추고 있는 까닭에 앞으로 남은 3개월 동안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할 것으로 보이는 바, 국민들이 최후에 누구를 선택할지 흥미진진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