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중국이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의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연일 절하하면서 중국 증시의 자본유출 위기가 커지고 자본유출이 다시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충격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중국 증시의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위안화 가치의 하락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11월부터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방법으로 경기부진과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사흘 동안 위안화를 3.3% 평가절하시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기도 했다. 한술 더 떠 미국의 FOMC를 몇일 앞둔 지난달 11일에는 13개 주요 교역대상국 통화로 구성된 ‘위안화 환율지수’를 새로 발표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뿐 아니라 주요 교역대상국 통화와 종합적으로 비교해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자 달러와의 연동성을 약화시킴으로써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여보겠다는 의도였다. 여기에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기축통화로 편입됐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예상대로 미국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다. 반면 중국은 지난달 26일부터 8거래일 연속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무리수’를 뒀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음에도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은 경제 활성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본유출 우려를 감수하고 ‘도박’을 한 것이다.

위안화 절하로 인한 중국의 자금유출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 말 3조9932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33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11월 880억 달러가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도 1079억 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1조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자금유출 압박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다.

올 초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자 인민은행은 지난 8일에 이어 11일 이틀 연속 0.015%씩 절상했지만 11일 상하이종합지수가 장중 4% 넘게 빠지는 등 증시의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 가치를 올리자니 경기부진이 우려되고 내리면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유출이 심화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헤지펀드사 옴니 파트너스가 중국 위안화가 올해 15% 가량 평가절하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중국 증시에서의 추가 자금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연초 증시 폭락을 겪고 위안화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안화 가치가 올라선다고 중국 증시가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지난해 기준금리·지급준비율 동시 인하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