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혁신 원하면 문재인 손 안들어 준다

안철수의 선택, 정치혁신이냐 정권교체냐



2012년 대선정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슈는 안철수 후보의 선택이다. 그것은 그가 대선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카드를 여럿 갖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카드에는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삼자대결을 무릅쓴 완주,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 사퇴 등이 있을 수 있다.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에 있어서도 누구로 단일화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안철수 후보의 등장으로 대선정국이 복잡한 퍼즐게임처럼 된 것 같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궁극적인 목표가 그가 천명한 이른바 정치혁신이냐 아니면 단순한 정권교체냐에 따라 그가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정치혁신이 목표면 대선 완주한다

우선 그의 인격과 언명을 신뢰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하면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치혁신이다. 기존 정치권을 불신하는 많은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도 그를 정치혁신의 아이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그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의 시각에서 보면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도 이런 정치혁신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의 궁극적인 목표가 정치혁신을 통해 새로운 정치, 새로운 사회를 여는 것이라면, 그의 선택은 대선 완주밖에 없다. 대선 완주에는 삼자대결을 무릅쓰는 것과 자신으로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포함된다.


요컨대, 정치혁신을 추구하는 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사퇴하는 일은 없다.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혁신하고자 하는 기존 정치세력에 포섭되는 모순적인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순간 안철수로 표상되는 정치혁신을 꿈꿨던 많은 국민들의 열망은 싸늘하게 식고 만다. 따라서 정치혁신을 추구하는 한, 안철수 후보는 삼자대결을 무릅쓰거나 자신으로 단일화 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삼자대결을 무릅쓰고 대선을 완주해 승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삼자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혁신의 대상이 되는 기존 정치세력을 ‘타협 없이’ 일거에 패퇴시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자대결로 표가 분산돼 야권이 패하면 정권교체를 원하던 세력으로부터 쏟아지는 신랄한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소한 굴하지 않고 정치혁신을 추구했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다.


안철수 후보 입장에서는 삼자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되면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추구할 게 분명하다. 자신으로 단일화 한다는 것은 그 과정에 어느 정도 타협은 있겠지만 결국 민주당을 자신의 명분과 목표에 굴복시키는 것이며, 이는 정치혁신세력의 1차적인 승리를 의미한다. 그 후 대선에서 이기면 2차적인 승리가 되고, 집권 후 새로운 정치와 사회를 여는 데 성공하면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혁신이 안철수 후보가 노리는 목표라면 그에게는 삼자대결이든 자신으로의 단일화든 간에 어떤 식으로든 대선을 완주하는 길밖에 없다.


정권교체가 목표면 문 후보 손 들어준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그의 목표가 정치혁신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나마 야당과 손을 잡는 것이 정치혁신을 위한 차선책이라고 둘러댈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정치혁신세력이 기존 정치세력에 굴복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가 빠진 대선에서 정치혁신 구호는 사라지고 정권교체냐 아니냐 하는 퇴행적 논의와 대결만 난무할 것이다.


결국 안철수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가 진정 정치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면 삼자대결이든 자신으로의 단일화든 간에 끝까지 대선을 완주할 것이고, 정치혁신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것이면 결국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과연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진정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