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 강화
반올림, 사과와 보상문제 여전히 불통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전자 직업병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맨위원회가 설립되로 결정되면서 지난 2007년 3월부터 시작돼 8년 동안 이어졌던 직업병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합의만이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해결될 수 있는 직업병 문제를 도돌이표 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재해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재해예방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미디어펜

재해예방대책 내용을 보면 앞으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직업병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맨위원회가 설립돼 종합진단과 개선사항 이행점검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보건관리팀·건강지킴이·건강연구소 등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옴부즈맨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종합진단을 통한 직업병 확인·점검 활동이다. 옴부즈맨위원회는 위원장과 위원 2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산업보건·환경 등 전문가 중 위원장이 선정한다.

옴부즈맨위원회 위원장은 노사관계학회 등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온 노동법 전문가 이철수 서울대 법학과 교수가 맡는다.

위원회는 필요한 자료요청이나 조사를 통해 검토·평가 이후 개선 사항에 대해 삼성전자에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작업환경 중 유해인자 관리실태를 평가하고 작업환경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할 수 있다. 종합건강관리체계 점검과 질병예방 증진대책도 포함된다.

옴부즈맨위원회는 종합진단 종료후 3개월 이내 보고서를 작성·공개한다. 1차에 한해 3개월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1년을 초과할 경우 연례활동보고서를 낸다.

삼성전자는 공개 보고서에 대해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고 위원회는 개선안 이행점검 활동을 매년 정기적으로 수행해 추가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화학물질 안전기준에 관한 연구·조사활동을 하고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유해화학 물질에 대한 정보공개와 영업비밀 관리를 위한 규정의 제·개정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위원회는 올해부터 3년간 활동하되 추가로 3년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 강화 방안은 보건관리팀 조직과 규모, 역할을 강화하고 건강지킴이센터를 신설하는 것 등이다.

건강연구소를 통한 조사·연구활동을 하고 지역사회 환경단체·주민·대학 등과 소통을 확대하며 건강검진·산업재해보상신청 지원 체제를 보강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조정의 세 주체가 재해예방대책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졌으나 나머지 의제인 보상과 사과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조정 논의가 보류돼 있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나머지 조정 의제도 계속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세 주체의 완전한 동의에 의해 재해예방대책과 관련한 조정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반올림 만이 "이번 조정위 발표와 관련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합의만이 이뤄진 것일 뿐 여전히 사과와 보상 문제에 대한 세 주체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난해 9월부터 시작된 보상 절차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및 협력업체 퇴직자 150여명이 신청해 이 가운데 100명 넘는 인원에 대한 보상이 했으며 이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반올림의 아집 때문에 현재 사과와 보상에 대해서는 추가 조정 논의가 보류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빠른 시일 내에 이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반올림의 반대로 시간은 더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조정위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보상과 사과, 그리고 옴부즈맨위원회도 설립한 만큼 반올림 측 역시 자신들의 아집을 내려놓고 합의를 의뤄내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