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 본관/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부영그룹에 본관 건물을 매각하기로 한 삼성생명이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규모의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상장사 1891개 중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투자부동산 규모가 7조349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부동산의 규모는 2014년말 6조1460억원에서 20%가량 늘었다.

투자부동산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고자 소유하는 부동산이다. 최근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험사,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같은 기관투자자는 부동산의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생명에 이어 보험사인 한화생명(2조6843억원), 동부화재(1조4873억원)가 나란히 상장사 투자부동산 보유액 2, 3위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경우도 지난 2010년 부동산투자 규모가 2조60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말에는 5조7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에도 동국제강으로부터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사들였고 100% 자회사인 부동산 전문 운용사 삼성SRA자산운용을 통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나서면서 부동산 투자비중을 늘렸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삼성SRA자산운용의 펀드설정 규모는 2014년 초 1조3607억원에서 올해 초 2조3782억원으로 불었다.

하지만 2020년 도입될 예정인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생명의 부동산 투자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 부채(보험금을 계약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책임준비금)가 원가에서 시가로 적용된다.

생명보험사 28곳이 지난해 말 실시한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를 실시한 결과 추가로 쌓아야 할 부채가 52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삼성생명은 27조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서울 율곡로 수송타워(2500억원)와 동여의도 사옥(610억원)을 매각했다. 종로타워(3000억원)와 동교동 사옥(610억원)은 각각 이지스자산운용과 인베스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또 송파빌딩, 서초메트로타워, 대치타워 등도 매물로 내놨다. 이번 본관 매각도 IFRS4 2단계 시행에 대비한 자본금 확충의 일환이라는 계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전략에 따라 효율성 극대화 차원에서 본관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 금융계열를 서초 사옥에 두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존에는 보유 부동산 대부분이 중심지에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자산 효율화 차원에서 부동산 매각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